[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축사·하우스 철거작업 한창
폭격맞은 전쟁터 방불
갖힌 소 스트레스 심해 ‘피해 가중’
평택농단협 기자회견 열고
특별재난지역 조속 선포 촉구
“원유 1등급을 받던 우수 농장인데 이번 폭설로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철거·복구비용만 해도 수억원인데 무너진 축사에 갇혀 있던 소들까지 계속 피해가 진행돼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난 11월 27~28일 경기 평택시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축사 붕괴 피해를 입은 강현석(44·고덕읍 당현리)씨가 완파된 축사 철거 작업 중 하소연했다.
3000여㎡ 규모에 젖소 140두를 사육 중인 강씨는 11월 28일 새벽, 축사(1동)와 퇴비사(1동)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완파되고 임신우 2마리가 붕괴된 축사에 깔려 죽는 등 약 4억 원의 큰 피해를 입었다. 또 무너져 내린 축사에 이틀 동안 갇혀 있던 젖소 4마리는 부상을 입었고 나머지 소들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현재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축사 붕괴 피해를 입은 지 12일 만에 철거 작업 중인 지난 12월 10일 방문한 그의 농장은 처참했다. 포크레인과 집게차 등이 완파된 축사·퇴비사의 내려앉은 지붕과 부러지고 휜 철제 기둥·철근 파이프 등을 절단하고 철거 중이다. 퇴비사 안에 쌓여 있던 우분과 각종 잔해물도 악취를 풍기며 정리 작업 중에 있어 마치 폭격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철거 현장 바로 옆 축사 안의 젖소들은 붕괴 충격과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강씨는 “철거 비용만 1800만원이다. 여기에 폐사하고 다친 소는 물론 복구와 축사까지 새로 지으려면 4억원 이상의 손실과 비용이 발생한다”며 “더욱이 35두를 키우던 축사에 현재 70마리가 함께 있다 보니 소들이 제대로 못 먹고 쉴 공간도 없는 상황이다. 1등급을 받던 목장인데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체세포·세균수도 크게 저하돼 등급도 안 좋고 일일 착유량도 2톤 가량 됐는데 현저히 줄었다. 앞으로 손실은 더 클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철거 작업 중이던 업체 관계자는 “평택 곳곳에 축사·시설하우스 수백여 동이 대규모 붕괴 피해를 입어 철거·복구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피해 현황을 시에 제출했지만 철거·복구비는 물론 각종 지원 대책은 감감무소식이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라도 빨리 돼 정부 지원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계엄에 따른 비상시국이라 언제 될지 몰라 막막할 뿐”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강씨 목장 외에 이 일대 곳곳에는 무너져 내린 축사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거나 한창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평택시 오성읍 신리에서 한우를 키우는 전모 씨는 최근 폭설로 붕괴된 축사를 철거 작업 하던 중 불의에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 중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평택시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서호석)는 12월 10일 평택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폭설 피해를 입은 평택시 각 읍면동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조속히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서 회장은 “최근 평택시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축산·시설원예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까지도 철거·복구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충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절망 속에 처한 피해 농가들이 하루빨리 재기할 수 있도록 ‘특별재난지역’을 조기 선포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 내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내린 폭설로 가장 큰 재산 피해를 본 지역은 총 1160억 원인 안성시로 나타났다. 이어 화성시 692억 원, 평택시 627억 원 등 순이다. 이에 경기도는 정부에 폭설 피해가 큰 안성·화성·평택시 등을 비롯해 용인, 이천, 여주, 안산, 시흥, 광주, 오산 등 도내 10개 시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또한 축산 농가, 농업인 등 민간 분야 피해복구를 위해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재난관리기금 30억 원, 재해구호기금 300억 원, 예비비 30억 원, 특별조정교부금 16억 원 등 총 376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