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만의 11월 최대라는 폭설이 그치고 도시는 일상을 회복했지만 눈폭탄을 맞은 농가들은 복구를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11월26~28일 갑작스러운 폭설로 경기 남부 지역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설하우스와 축사가 붕괴되는 등 농업계 피해가 잇따랐다(본지 12월2일자 1·2·5·6면 보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농업분야 시설 피해는 1일 오후 6시 기준 시설하우스 188.9㏊(2981동), 축사 23.7㏊(1724동), 기타 시설 146㏊ 등 약 359㏊ 규모다. 하지만 발 빠르게 제설작업이 이뤄진 도심이나 주요 도로와는 달리 농촌의 피해 지역은 접근조차 어려운 곳이 허다하다. 눈이 그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피해 복구가 요원해 피해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경기 평택시 진위면에서 7933㎡(2400평) 규모의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폭설 피해를 본 정병헌씨(66)는 “아직도 무너진 비닐하우스는 건드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비닐하우스와 진입로에 눈이 많이 쌓여 접근이 어렵고 추가 붕괴 우려도 있어 내부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복구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발만 구르는 모습이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는 데다 최악의 경우 내년 농사마저 포기해야 해 그야말로 눈덩이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의 허성민씨(40)는 “시설하우스가 무너져 블루베리 나무가 망가졌는데 복구가 지연될수록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며 “추운 날씨에 노출된 나무가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이번 피해 여파가 몇년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막대한 피해에도 언론 등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섭섭함도 크다. 경기 용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할 만큼 피해가 엄중한데도 이같은 상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행규 충남 천안 입장농협 폭설피해대책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수백㏊에 이르는 시설하우스와 축사가 무너지는 등 농업분야에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대부분의 언론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에 닥친 이러한 재난을 국민에게 적극 알리는 게 언론의 책무”라고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1일 경기 여주의 시설하우스와 양평의 축산농가를 찾아 응급복구 상황을 살폈다. 송 장관은 “피해를 본 농민들이 조기에 시설을 복구해 영농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시설하우스와 축사 신축 시 인허가 간소화, 복구 등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47명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지역에대한 ‘특별재난지역’ 신속 지정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