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두 규모 양돈장 ‘전기료 폭탄’ 연 3000만→8000만원으로 급등 “현장 체감률 더 높아” 아우성
환경·방역규제에 시설 갖추느라 전기사용 갈수록 많아지는데 폭염-한파 오가는 이상기후로 각종 투입비용까지 상승 ‘비명’ 농가 부담 완화 근본대책 시급
“연간 3000만원 내던 전기요금이 3년 새 800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이젠 전기를 많이 쓰는 겨울철로 접어들어 올겨울 참으로 매서운 한파가 찾아올 것 같습니다.”
경기 포천에서 3500두 규모의 양돈장을 운영하는 A씨는 수시로 인상된 전기요금으로 생산비가 급등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무엇보다 계속 강화되고 있는 환경·방역 규제에다, 폭염·한파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악천후가 빈번해지면서 A씨 양돈장의 생산비는 치솟고 있다.
A씨는 “각종 환경·방역 규제로 정부 정책에 맞춰 무창 돈사에다, 정화방류시설, 에어컨, 환풍기 팬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을 계속해서 설치했다. 여기에 지난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에어컨이나 환기 시설 가동이 집중됐는데, 한전에서 농사용 전기요금을 2021년 이후 계속해서 인상해 2021년 연간 3000여만원 들어가던 전기요금을 올해엔 8000만원가량 내야 한다”며 “이젠 난방을 많이 해야 하는 겨울철로 접어들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전했다.
이는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양돈 농가가 올겨울 겪고 있고 또 겪을 일로, 양돈 농가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시작됐다.
한돈미래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2021년 1월을 시작으로 2022년 4월과 10월, 2023년 1월과 5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과 4월 농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이로 인해 3년 새 농사용(을) 전기요금은 저압전력의 경우 73.98%, 고압전력은 여름·겨울철 68.56%, 봄·가을철은 72.49% 인상됐다. 양돈 현장에선 이 인상분도 문제지만 체감상 느껴지는 인상률은 더 크다고 전한다.
한돈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전력량요금 단가를 몇 원 소액만 인상한 것처럼 발표하지만, 이로 인해 기본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이 더해진 전기요금 합산 단가가 상승하고, 이 전기요금 단가를 기초로 부가가치세 10% 가산, 전력사업기반기금 3.2% 가산 등이 이뤄져 농가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상률은 더 높다”고 지적했다.
한돈미래연구소가 양돈장 25호에 대한 전기요금을 조사한 결과 시설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00두 규모 양돈장 전기요금은 평균 2021년 대비 3300만원가량 오른 8000만원 수준까지 급등했다. 양돈장에선 정화방류나 에어컨 및 ICT 설치 등으로 전기요금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무엇보다 양돈 농가는 전기요금을 제하더라도 각종 생산비가 치솟고 있어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있다.
한돈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인상되면서 사료비가 더 올라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여기에 인건비, 분뇨 처리비 등 각종 부대비용도 급등했고, 언론을 통해 한전이 내년에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한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돈업계에선 농축산 농가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대한한돈협회 차원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대책을 마련,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김성훈 한돈미래연구소장은 “양돈장에선 분뇨처리, 보온 등, 환기팬 등 돼지를 키우기 위한 필수 전력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민원과 규모화 등에 따른 시설투자가 이뤄지며 전력 사용 증가는 불가피하고, 기후 변화나 질병 예방 등으로 특히 여름·겨울철 전력 사용이 급증한다”며 “이에 농사용(을) 전기요금 부가가치세 면제, 고압전력의 여름·겨울 차등 요금 적용 배제,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위한 여름철 등 한시적 요금 인하 등의 대책 마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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