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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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농민신문)[눈폭탄 현장] 쓰러지고 주저앉고…물기 머금은 ‘습설’이 피해 키웠다2024-12-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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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6~28일 3일 동안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경기 평택시 진위면 하북리 일대에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은 비닐하우스가 많다.

11월에 내린 눈 중 117년 만의 최고치라는 역대급 폭설이 중부지방을 강타했다. 11월26일 밤 시작해 28일까지 이어지며 최대 적설량 47.5㎝를 기록한 전무후무한 폭설로 지역 곳곳의 농업 시설들이 무너지고 부서졌다. 피해는 용인·안성 등 경기 남부에 집중됐고 강원 횡성, 충북 진천·음성, 충남 천안 등에서도 컸다. 특히 물기를 잔뜩 머금어 무거운 습설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시설하우스가 무너지고 방조망이 주저앉으면서 과수는 부러지고 채소는 얼었다. 축사 붕괴는 가축 폐사뿐 아니라 인명 사고로까지 이어졌다.

 

노지 과수부터 시설재배 과일까지=11월28일 찾은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일원. 3일 동안 쏟아진 기록적인 11월 폭설로 ‘거봉’과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는 포도 비가림시설 상당수가 바닥으로 꼬꾸라져 있었다.

6611㎡(2000평) 규모로 포도농사를 짓는 권혁일씨(45)는 “27일 오전부터 내리던 눈이 오후 4시쯤 폭설로 돌변하더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퍼부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400만여원을 들여 새로 설치한 비가림시설의 파이프가 모두 꺾여버렸다”며 “돈을 들여 시설은 복구한다고 해도 시설이 무너지면서 꺾이고 잘린 나무가 괜찮을지, 내년 농사를 정상적으로 지을 수 있을지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의 오병섭씨(60)는 “눈이 하도 많이 와 비닐을 찢을까 생각도 했지만 비가림시설이 무너지면 깔려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밭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비닐하우스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는 피해가 더 컸다.

이재문씨(65)는 “포도 홍수출하 시기를 피하기 위해 시설비를 2배 이상 더 들여 6611㎡짜리 연동 비닐하우스를 지었는데 그게 이번에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인건비가 하도 비싸 철거하는 데만도 돈이 엄청 많이 들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에서는 블루베리 시설하우스가 무너졌다. 허성민씨(40)는 “입식한 지 5년차에 접어들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확을 해야 하는데 시설하우스가 무너져 그동안 들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돼버렸다”며 “그나마 멀쩡한 시설하우스라도 건사하려고 눈을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눈은 노지 과수도 덮쳤다. 대부분 조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방조망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생긴 피해다. 방조망이 나무를 덮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 경기 화성·수원과 강원 원주의 사과밭과 배밭을 비롯해 곳곳의 과수원을 망가뜨렸다.

11월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의 한 젖소농장이 폭설로 축사가 무너지는 피해를 본 가운데 정광진 안성축산농협 조합장(왼쪽)과 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가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동하우스와 스마트팜도=경기 평택시 진위면에서 7933㎡(2400평) 규모로 방울토마토농사를 짓는 정병헌씨(66)는 하룻밤 새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모두 붕괴되는 피해를 봤다. 채소 시설하우스가 밀집한 이곳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당했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특히 시설하우스가 두개 이상 연결된 연동하우스의 피해가 컸다는 것이 농가들의 주장이다. 단동하우스는 눈이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옆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는데 연동하우스에서는 떨어지지 못하고 하우스간 연결 부분인 골 쪽에 무게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눈이 녹아 흘러내리지 못하고 비닐하우스 연결 부위를 짓눌러 피해를 키웠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번 폭설로 3966㎡(1200평) 규모의 연동하우스가 붕괴된 방울토마토농가 천용균씨(67·경기 안산)는 “눈이 얼마나 무거웠던지 비닐하우스 철골이 바닥까지 닿았다”며 “양상작목반 50명의 반원 중 시설재배를 하는 채소농가가 30여곳인데 거의 모든 농가의 비닐하우스가 폭설 피해를 당했다”며 망연자실했다.

변화하는 농업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스마트팜도 자연의 힘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경기 평택에서 6611㎡ 규모로 방울토마토농사를 짓는 정병호씨(69)는 “스마트팜으로 시설을 현대화해 양액재배로 방울토마토를 생산하는데 이번 눈에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강원 홍천, 충북 음성, 충남 아산 등지에서는 인삼밭 차광막이 주저앉는 피해가 생겼다.

음성군 금왕읍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조남정씨(73)는 “4∼6년 동안 애지중지 기른 2만3140㎡(7000평)에 달하는 인삼밭이 하룻밤에 모두 폭삭 주저앉았다”며 “지주대와 차광막을 빨리 치우지 않으면 곰팡이병이 돌아 2차 피해가 발생하는데 갑자기 많은 인력을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1월29일 오전 8시 기준 파손된 비닐하우스는 전국 411동 57.4㏊에 이른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 비닐하우스 지붕이 눈 무게를 못 이겨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인명 피해까지 이어진 축사 붕괴=강원 횡성에서는 축사가 붕괴돼 사람이 깔리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11월28일 오전 9시께 횡성군 서원면 창촌리의 한 축사 비닐하우스 지붕이 무너지면서 안에 있던 A씨(78)가 깔렸다. 119구급대가 A씨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심정지 상태였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횡성의 적설량은 24.1㎝로 습설이 쌓이면서 비닐하우스 중간 부분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같은 날 오전 5시께 횡성군 둔내면에서도 밤새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축사 건물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내부에 있던 젖소 36마리 중 4마리가 죽고 나머지 32마리는 구조됐다.

소뿐 아니다. 돼지·닭·꿀벌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폭설 피해를 입었다. 평택에서 돼지를 키우는 신영섭 토성농장 대표는 “축사 지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는데 워낙 범위가 넓다보니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안성에서는 젖소 축사가 붕괴됐다.

젖소 72마리를 사육하는 김도원씨(62)는 “28일 오전 5시에 착유를 하기 위해 농장에 갔다가 축사가 무너진 모습을 발견했다”며 “지붕에 깔린 젖소들을 발견하고 소방서에 전화했지만 서에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며 긴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사고로 젖소 5마리가 폐사했고 회복 불가능한 부상을 입은 10마리는 안성축산농협의 도움을 받아 29일 긴급 도축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9일 오후 3시 기준 축산분야 피해는 272농가의 축사 504동(15.76㏊)이며 폐사 가축 수는 1204마리에 달한다.

한편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는 현장 점검과 함께 중장비 지원 등 피해대책 마련에 나섰다. 안병우 축산경제대표는 28∼29일 경기 수원·안성, 충남 당진·천안 등 지역축협 조합원의 축산농가를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안 대표는 “피해 복구에 가용할 수 있는 정부 예산이 있는지 파악해 농가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농협이 앞장서겠다”며 “농협이 보유한 자체 장비를 지원하고, 나눔축산운동본부 자금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