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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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제목(한국농어민신문)어느 청년창업농의 편지2024-12-04 09:51
작성자 Level 10

11월 29일 새벽, 본보에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발신인은 2024년 청년창업농으로 선발된 청년농부였다. 올해 후계농업경영인육성자금이 조기 소진되면서 대출길이 막힌 가운데, 최근 내년도 자금 배정과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공지에 분통이 터진 모양이었다. 청년농업인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보도해 주지 않는 언론에 대한 원망도 담겨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화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보내온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싣는다.

감당 못할 정도로 증원한 게 누굽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2024년 청년창업농으로 선발돼 농사를 지을 준비 중인 2만3000여명 청년농부 중 한 명입니다.

뉴스와 기사에서는 항상 완벽하게 완성된 후계농업경영인의 성공스토리, 정부가 얼마나 지원을 많이 해주는가만 다뤄질 뿐, 창업농이 자리를 잡는 데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 후계농업경영인육성자금의 예산 운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채 내년 청년창업농 선발 홍보만 이뤄지고 있어 제보를 합니다.

2024년 8월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은 조기 소진되었습니다. 이것은 청년창업농 공식 네이버 카페에서 올해 선발인원을 늘릴 때부터 ‘이러다가 올해는 추석때 끝나겠다’ 하고 농담처럼 하던 말이었습니다.

이미 올해 조기 소진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근데 또 11월 26일에 저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25년(상반기)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배정 운영계획 알림‘

우선 청년창업농 육성자금 대출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농협의 대출 문턱을 넘는 것조차도 굉장히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 대출 자체가 농협이 사실상 독점적 위치에 있는데다 독점인데도 담당자가 해당 업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거나, 다른 농협으로 보내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또한 홍보 자체는 선발만 되면 5억원을 다 대출해줄 것처럼 보이지만 2억원 이상은 100% 잘 나오지도 않고 결국 개인담보, 신용의 문제로 이어지고, 공시지가 대비 대출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런 와중인데도 내년 자금, 그것도 상반기, 후반기로 나누어서 배정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합니다. 이게 뭐냐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더욱 어이가 없습니다. ‘선정자들 중 모집 시 작성한 계획서를 생각 없이 작성한 사람들 때문이다, 창업농 대출이 과다하고 기대출자의 대출 미상환이 걱정된다.’ 전부 다 창업농 담당자가 한 답변들입니다.

생각 없이 작성한 계획서? 그 계획서를 보고 선정한 게 누굽니까? 감당도 못할 정도로 매년 선발인원을 증원한 게 누굽니까? 심지어 24년도에는 인원이 모자란다고 추가모집까지 한 게 누구냔 말입니다.

전부 다 양보해서 그렇다고 쳐봅니다. 그렇다면 이번 배정신청서는 뭔가 다르냐? 그것도 아닙니다. 기존에 저희가 창업농이 되기 위해 작성한 사업계획서의 내용이 그대로 쓰여 있습니다.

이게 누구를 어떻게 가려내겠다는 신청서입니까? 자금배정평가표 또한 처음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평가를 왜 다시 하는 걸까요? 거기다가 이런 제일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을 11월 26일 공지를 올려놓고 제출기한이 12월 9일까지입니다. 청년농부들을 해마다 계획서 찍어내는 기계로 생각하나봅니다.

이걸 또 대처하라고 내놓은 게 농외근로제도 개선입니다. 이 배정신청서로 배정받지 못한다면 우리 청년농부들은 내년 상반기에는 손가락 빨면서 하반기까지 기다리든지, 다시 직장을 구하든지, 알바를 하든지, 농사 안지을거면 다시 일하러 나가랍니다. 저희가 안짓는 게 아니라 못짓 게 만들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이미 올해 자금소진으로 수많은 청년농부들이 반년 넘게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있는 이 상황에 결국 또 줄 세워서 자금 배정해주고 내년에 선정된 인원들은 더욱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 누가 봐도 뻔한데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빛 좋은 개살구에 해마다 많은 청년들이 홀려 직장도 그만두고 생면부지 시골로 들어가 농사를 짓겠다 하다가 결국 안되는 것 투성이에 수많은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내년, 아니 그 이후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