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미래 먹거리이자 자원입니다. 고단백 식용 자원일 뿐만 아니라 분변까지 활용해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자원입니다.”
경기 평택에서 곤충농장 기프트(G.I.F&T·Global Insect Farm & Technology)를 운영하는 홍소현씨(31)는 곤충농사에 뛰어든 지 5년차, 청년 창업농과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지 2년차인 청년농부다.
젊은 여성이라는 점과 짧은 농사 경력만 보고 소규모로 곤충을 길러 판매하는 초보 농부를 상상하면 큰 오산이다. 홍씨는 1115㎡(350평)가 넘는 사육장 2동에서 식용 곤충인 갈색거저리(밀웜)와 동애등에를 850만여마리 기르는 곤충 전문가다.
홍씨는 미국 대학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하고 귀국해 영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에 아버지 홍종학씨(63)와 함께 카페를 열어 운영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유학이 미뤄지고 카페 경영도 어려워지자 2020년 아버지의 권유로 곤충농사에 뛰어들었다.
홍씨는 전국 각지 곤충 농장과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반영해 갈색거저리와 동애등에로 품목을 정하고 곤충농사를 시작했지만 막상 사육에 나서자 막히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더욱이 국내 곤충산업 기반이 취약해 문제가 생겨도 문의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홍씨는 해외 자료를 수집하고 곤충산업 선진국인 프랑스 연구기관에 이메일을 보내 문의하며 고군분투했다. 또 곤충농사를 산업화할 수 있도록 사육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아버지와 하나하나 해결해나갔다.
그 결과 홍씨는 기존 농가들이 동애등에 산란에 사용하던 일회용 나무를 대체할 다회용 플라스틱 산란받이를 개발하고, 산란 후 죽는 성충을 자동으로 회수하는 장치도 만들었다. 또 동애등에를 건조할 때 전기 사용량을 5분의 1로 줄이면서도 건조량은 6배 늘리는 방법도 고안했다.
홍씨는 이런 방식의 곤충 사육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하고 이를 충북·충남도농업기술원에 납품했다. 한경국립대학교에는 실험용 곤충 사육시스템을 납품했다.
또한 갈색거저리의 먹이로 밀기울(밀을 빻아 체로 걸러 남은 찌꺼기)을 사용하는데, 기존 밀기울은 분진이 많이 발생해 관리가 어렵고 건강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밀기울을 누룽지 형태로 만든 사료를 개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갈색거저리와 동애등에 가루에 밀기울과 인근 농가에서 버려지는 오이와 애호박 등을 섞어 반려견 등의 간식으로 개발하는 데도 성공해 상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 분변 등을 비료화하는 방안도 고안했다.
홍씨는 곤충 사육시스템이 정비되면 장기적으로는 곤충 치유농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곤충을 만지고 기르다 보면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곤충이 사람들에게 친근한 대상이며 자연과 사람·동물에게 선물인 것을 널리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홍씨는 “국내 대기업에서도 미래 식량자원으로 곤충에 주목하고 가공식품 개발 준비를 모두 마쳤지만 국내 수급 기반이 약해 상품화를 늦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며 “당장은 소득이 없더라도 장래를 보고 사육시스템과 가공분야를 먼저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