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단체 A도 산하 5개 지방의료원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동원됐다. 그 결과 환자와 의료 인력 유출로 막대한 적자를 떠안았다. 하지만 지자체는 적자를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 지자체 지방의료원 가운데 두곳은 재정 악화로 최근 직원 임금을 체불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올 상반기 기준 지방의료원의 94.3%가 적자의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지방의료원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농촌의 의료 인프라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지방의료원은 지자체가 설립한 지역 거점 공공병원으로 전국에 35곳이 있다.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익보다는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 지역의 보건의료 발전에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
지방의료원은 특히 농촌의 의료 붕괴를 완화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정부는 비수도권의 의료 인프라를 강화할 방안으로 ‘책임의료기관’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도 단위 ‘권역’ 책임의료기관과 지역의 뿌리가 될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원하고 이들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권역 책임의료기관은 17곳, 지역 책임의료기관은 55곳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내놓은 ‘지역의료체계 내 책임의료기관의 역할과 과제’에 따르면 지역 책임의료기관 가운데 31곳(56%)이 지방의료원이다.
하지만 지방의료원의 기반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지방의료원 35곳 가운데 33곳(94.3%)이 적자였다. 적자액은 올 상반기만 1112억2131만원에 달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방의료원을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으로 활용해 외과 등 의료 인력이 다수 유출됐다”며 “인력 유출 등으로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지방의료원의 노력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립채산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독립채산제는 기업이 국가 등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책임 경영’ ‘재정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지방의료원은 행정안전부의 ‘지방출자·출연기관 예산 편성 지침’에 따라 ‘독립채산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공공’ 병원임에도 민간 기관처럼 운영해야 하는 셈이다. 일례로 지역 책임의료기관 중 하나인 적십자병원은 주요 시설과 부대시설 확충 비용 등을 전액 국비로 지원받는다. 반면 지방의료원은 운영비 일부를 지자체가 보조하지만 재정에 따라 지원 규모가 천차만별이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지방의료원이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재정과 관련해서 독립채산제가 적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제도적 지원 방안도 준비돼 있지 않다”며 독립채산제 폐지를 주장했다.
인구감소지역은 특히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은 “국가가 인구감소지역 책임의료기관 운영비 일부를 보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단기적으로 지방의료원에 적용되는 지방세 감면 특례를 연장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지방의료원은 취득세·재산세를 최대 75% 감면받았지만 올해 일몰을 앞두고 있다.
한편 국회에서는 15일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지방의료원법 개정안’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등 이른바 ‘공공의료 강화 4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방의료원 등 공공 의료기관이 부담한 ‘착한 적자’를 국가가 보전하고 지방의료원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