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산 쌀 20만t(이하 쌀 환산량 기준)을 격리하는 수확기 대책을 내놓은 후에도 산지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쌀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공공비축용 산물벼 전량 인수 등 추가적인 가격 안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25일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포대에 4만5725원으로 전 순기보다 1.1%(487원) 떨어졌다. 80㎏들이로 환산하면 18만2900원이다. 신곡 가격은 10월5일 18만8156원으로 출발해 10월15일 18만4848원으로 1.8% 하락했다. 평년(2.4%)보다 하락폭이 둔화된 데다 정부가 10월15일 올해 예상 초과 생산량보다 7만2000t 많은 20만t을 격리하기로 하면서 쌀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하지만 쌀값은 여전히 내림세를 띠고 있다. 10월25일자 낙폭(1.1%)은 전 순기(1.8%) 대비 줄어들긴 했지만 평년(0.5%) 하락폭보단 크다.
정부 정책대로라면 올해산 쌀 예상 수요량보다 적은 공급량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직 올해산 쌀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시장에서 감지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박승석 충남 당진해나루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10월25일 기준으로 쌀 생산량이 급증했던 2021년에는 93만t, 농협으로 출하물량이 몰린 지난해에는 96만1000t을 매입했는데 올해도 91만t을 매입해 물량이 많은 상황”이라며 “벌써 창고에 벼가 잔뜩 쌓여 있는데 거래는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으니 과거 학습효과로 시장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수확기처럼 민간업체는 매입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 또 농협으로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11월 쌀 관측’에 따르면 10월10일 기준 산지 유통업체의 재고량은 35만t 수준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69.6%·58.5% 많다. 그중 신곡 재고량은 24만5000t으로 전년과 평년 수준을 각각 50.1%·51.8% 웃돈다.
수확기 대책 발표 후에도 시장에서 큰 반향이 일지 않자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31일 추가 대책을 내놨다. 우선 올해산 공공비축용 산물벼 8만t을 12월부터 전량 인수해 시중에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벼 매입자금(1조3000억원) 지원 조건인 의무매입량(150%)도 산지 유통업체가 연말까지 의무 매입하도록 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민간업체가 벼 매입에 잘 나서지 않고 있다”며 “민간업체가 수확기에 빨리 벼를 사들이도록 올해는 의무매입량 매입 시기를 연장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쌀 저가 판매, 신·구곡 혼합 등 시장교란 행위도 집중 점검해 적발된 산지 유통업체에는 벼 매입자금 감액 등 제재를 가한다. 아울러 정부 비축 구곡 30만t을 내년에 사료용으로 특별 처분해 정부 과잉재고를 해소하고 쌀값 안정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정부는 10월28일 가루쌀(분질미) 4만t을 포함한 올해산 공공비축용 벼 40만t(포대벼 32만t, 산물벼 8만t)과 시장 격리 물량 중 추가 격리 물량인 9만5000t에 대한 매입 검사에 돌입했다. 아울러 조만간 피해 벼 매입 일정을 잡아 공공비축용 벼보다 우선적으로 사들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