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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어민신문]CPTPP 농업 피해액 연 최대 7100억?···축소·부실 분석 ‘논란’2026-09-30 10:48
작성자 Level 10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75개 농어민단체가 모인 ‘CPTPP 가입 저지 농림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가 9월 29일 서울 aT센터에서 관계부처 합동 간담회를 열고 정부 연구기관으로부터 CPTPP 가입에 따른 영향평가 결과를 청취했다. 행사 말미에 정부가 영향평가 분석 결과를 협의 없이 언론에 사전 배포해 간담회의 취지를 왜곡했다는 항의와 반발, 사과 요구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격화되기도 했다. 

75개 농어민단체가 모인 ‘CPTPP 가입 저지 농림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가 9월 28일 서울 aT센터에서 관계부처 합동 간담회를 열고 정부 연구기관으로부터 CPTPP 가입에 따른 영향평가 결과를 청취했다. 행사 말미에 정부가 영향평가 분석 결과를 협의 없이 언론에 사전 배포해 간담회의 취지를 왜곡했다는 항의와 반발, 사과 요구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격화되기도 했다. 

정부가 발표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따른 농림수산업 피해 영향평가 결과가 농어업계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농어업계는 피해 규모가 축소되고 품목별 피해와 대책이 빠져있는 ‘부실 분석’이라고 반박하며, 가입 추진 강행 시 10월 15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는 등 강경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농업 생산액 감소 규모, 한미 FTA 이어 두 번째로 커···수산은 연평균 34억~817억 줄 전망


75개 농어민단체가 모인 ‘CPTPP 가입 저지 농림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9월 28일 서울 aT센터에서 ‘관계부처 합동 간담회’를 열고 정부 연구기관의 CPTPP 가입 영향평가 결과를 청취했다.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정부 연구기관은 CPTPP 가입 이후 약 10년간 누적 기준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7~0.38%(약 10조원)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45억~46억달러(약 6조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제조업은 연평균 수출이 약 30억달러(2.1%) 증가하고, 생산 파급 효과는 연평균 6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농업 생산액은 연평균 최대 약 71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미 FTA(815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피해 규모다. 과일(사과·배·복숭아 등 검역 금지 품목), 축산(유제품·돼지고기·쇠고기·꿀), 채소, 식량작물(대두), 특용작물(차) 순으로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수산업은 15년간 연평균 34억~817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됐다. 양식업과 어류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관세 철폐로 인한 직접 효과 외에 일본산 활어 유입에 따른 소비 대체 등 간접 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임업은 연간 약 605억 원의 생산 피해가 관측됐다.


정대희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발표에서 CPTPP 회원국의 평균 농업 관세 인하율은 약 96.1%인 반면 한국은 약 80%에 그친다며, 가입 시 관세 영향과 SPS(동식물 위생 검역조치)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SPS는 기존 FTA보다 과학적 근거와 절차적 투명성 요구가 강해 수입국의 대응 부담이 커지게 된다”면서 “이와 함께 ‘원산지 누적 인정’으로 국내 식품기업이 국산 원료를 다른 회원국 원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 품목 중 사과는 “소비자가 원산지를 판별하기 어려워 대체가 빠를 수 있다”고 봤고, 배는 “동양배가 일본산 가격 때문에 고급 시장 대체가 제한적이고, 서양배는 국산과 차이가 있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농업 피해 규모는 2021년 기존 분석 결과인 연평균 최대 4400억원보다 커졌지만, 이번에도 품목별 피해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민감 품목 범위와 양허 수준에 따라 피해 변동성이 큰 만큼 품목별 피해 규모는 크게 갈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쌀을 양허 제외 품목으로 설정한 데 대해서도 실제 협상에서 관철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농어업계 “피해 축소·품목별 분석 누락, 정부 못 믿어”···쌀 양허 제외 현실화도 의문


농어업계는 정부의 피해 추산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특히 피해 규모가 축소되고 품목별 피해 규모와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빠져있어 실질적인 피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황광보 고려인삼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듣겠다거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할 게 아니라 품목별로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제시해 단체와 함께 논의하고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입 추진에 앞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복 전국어민회총연맹 공동회장은 정부의 수산업 피해 추산이 국회 추산(약 1조원)이나 학계 추산(연 3조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며 “관세로 인한 직접 피해만 계산하고 연관 산업 피해는 빠졌다. 양허율이 96%냐, 100%냐에 따라서도 피해액이 10배 차이가 난다는 자료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목재업계도 제재목 생산 감소가 원목·펄프·합판보드 산업으로 이어지는 연쇄 피해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10년 전 한중 FTA 당시 정부가 농어촌상생기금으로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농업강국 멕시코와 FTA 체결을 검토하는 것도 모자라 CPTPP까지 가입해야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농어업계는 CPTPP 가입의 경제적 효과보다 농림수산업 피해와 식량안보 문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설 한국4-H중앙본부 회장은 “분석 결과를 보면 국가 전체적으로는 득이 크지 않느냐는 논리인데, 농림축수산업은 한 번 무너지면 회생이 거의 불가능하고 계량화되지 않은 특수성이 있다”며 “수치상의 득실만으로 가입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보고서”라며 과거 FTA 결과와 당시 연구 예측이 맞았는지 검증할 자료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또 과거 시민사회가 제시한 GDP 증가 효과(0.33~0.35%)와 이번 정부 분석 결과(0.37~0.38%)가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 정도 이익으로 생명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혁정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소비자 후생 효과가 실제 물가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농림수산 피해를 감안하면 순증 효과가 크지 않다며 가입의 실익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기홍 대한한돈협회장 역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미 가입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면 대안을 먼저 내놓고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쌀 시장 추가 개방과 검역 규범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허재영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은 “쌀 양허 제외가 한국의 입장일 뿐 CPTPP 회원국이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면서 “CPTPP에 가입한 일본은 호주산 쌀·쌀가루 쿼터를 6000톤에서 8400톤 이상으로 확대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재 전국쌀생산자협회 회장도 “TRQ 물량 확대에 대해 베트남과 호주가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훈 전국사과생산자협회장은 사과 수입이 풀리면 화상병 등으로 과수 농업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주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CPTPP의 지역화(구역 구분) 조항은 사실상 검역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가입 관련 결정된 것 없다”···비대위, 가입 강행 시 15일 대규모 반대 집회 예고


정부는 CPTPP 가입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농림수산업계의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혜진 산업통상부 통상교섭실장은 “가입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업무보고에서 가입 추진을 언급한 것은 산업통상부의 입장일 뿐 정부 전체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 추진이 결정되면 협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정례적으로 소통하고, 협상과 동시에 국내 대책을 마련해 협상이 끝날 때 대책도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호 농림축산식품부 국제농식품협력관도 “CPTPP가 농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며, 예상 피해를 소홀히 하거나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계량화하지 못한 영향까지 폭넓게 고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후반에는 정부가 영향평가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행사 시작 직전에 배포한 문제로 갈등이 격화됐다. 비대위는 사전 협의 없이 자료가 배포되고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간담회가 CPTPP 가입 추진을 위한 정부의 의견수렴 절차로 잘못 비칠 수 있다며, 정부 조치에 대한 항의와 사과를 요구했다. 정부 측은 과거 FTA 때는 공청회 단계에서야 수치를 공개해 투명성 지적이 제기돼 미리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비대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간담회는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이석 요청으로 마무리됐다.


비대위는 간담회 다음날인 9월 29일 성명을 통해 “비대위가 정부의 설명을 듣고 농림축수산업계의 문제와 우려를 제기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를 마치 정부가 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도한 자리인 것처럼 비치게 한 것은 간담회의 취지와 비대위를 무시한 행태”라며 “정부는 이미 정해진 수순에 따라 가입 논의를 밀어붙이면서 의견수렴의 모양새만 갖추고 있으며, 결국 이는 농림축수산업계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영향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면피성 영향평가로 농림축수산업계의 우려를 덮으려 하지 말고, 분석의 전제와 산출 과정, 품목별 피해 규모를 전면 공개해 농림축수산업계가 직접 검증하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영향평가 자료를 다시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개별 부처가 추진하는 단체별 간담회 참석을 중단하고 공동 대응에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가 CPTPP 가입을 강행할 경우 첫 번째 행동으로 10월 15일 서울에서 가입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