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의 파장이 추석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5월부터 7월말까지 조사한 1049만필지 중 무려 27%인 284만필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이라는 내용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사실 이같은 위반은 농촌의 초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관행적 위반’이 일상화한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자유전을 내세운 전수조사는 농지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을 초래하며 현장 불안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현장의 공포와 반발이 거세지자 당정은 21일 급하게 ‘농지 특별조치법(가칭)’ 제정을 대책으로 내놨다. 요지는 투기는 엄단하되 관행적 위반은 자진 정비나 농지은행 위탁을 조건으로 처분을 유예하고 양성화하겠다는 내용을 특별법에 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급조된 인상이 역력한 특별법 추진은 정작 보호해야 할 현장 농민의 권리와 농업의 미래를 외면한 ‘임시방편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임차농의 안정적인 경작권 보장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 실경작자에게 ‘우선 임대’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언제든 계약 해지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기본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30만㏊와 위험군 56만㏊의 중복을 뺀 78만㏊의 1%만 처분 의무 대상이 돼 시장에 나오더라도 가격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내년 매입 농지규모는 공공임대용과 강제처분용을 더해 5850㏊로, 급격히 늘어나는 은퇴·고령농의 매도와 위탁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