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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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농민신문]논밭 경매 유찰 반복…담보대출 농축협 연쇄 ‘충격’ 현실로2026-09-21 10:30
작성자 Level 10

[농지 전수조사 후폭풍] 땅값 하락·거래절벽 타격전국 경매 낙찰률 10%대로 뚝
방치된 농지 가치 하락 우려에
농축협 직원이 예초기 둘러메
매각가율 낮아 원금 회수 한계
대출 문턱 높아지면 농가 부담

농지 전수조사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농작물을 심지 않고 로터리만 친 상태로 있는 한 밭의 모습.

강원지역 일부 농축협 채권관리 직원들은 요즘 새벽부터 예초기를 둘러메고 농지로 향한다. 대출금을 갚지 못한 채무자의 담보농지를 법원 경매에 넘겼지만 유찰이 반복되면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서다. 그대로 방치하면 농지 상태가 나빠져 담보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어 농협 직원들이 직접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이봉용 강원농협본부 상호금융지원단장은 “경매가 계속 유찰되면서 밭이 방치돼 임야처럼 변하는 경우가 있다”며 “담보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농축협 채권관리 직원들이 직접 잡초를 베고 있다”고 말했다.

농지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의 충격이 농민을 넘어 농지를 담보로 대출해준 지역 농축협으로 번지고 있다. 농지가 경매에 넘어가도 유찰이 거듭되고 낙찰가격마저 크게 떨어지면서 대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경북 경산지역 A농협이 담보로 잡고 있는 논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농지의 감정가격은 1억8768만원이었지만 여섯차례나 유찰됐다. 현재 7차 경매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저매각가격은 20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감정가격의 10% 남짓이다.

경매가 끝난 뒤 대출 원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경북 의성의 B농협은 4년 전 지역의 논 2479㎡(750평)를 담보로 감정가의 70%까지 대출했다. 이후 채무자가 상환 능력을 잃어 법원 경매에 넘겼고, 두차례 유찰된 끝에 올 8월 3차 경매에서 감정가의 48% 수준에 낙찰됐다.

B농협 관계자는 “도로변에 있고 수리시설도 잘 갖춰진 농지여서 세번 만에 낙찰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농지 경매시장 위축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의 농지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평균 18.9%(건수 기준)에서 올해 1∼8월 16.7%로 하락했다. 감정가격 대비 실제 낙찰가격을 나타내는 매각가율도 47.6%에서 40.8%로 떨어졌다. 안동지원 역시 낙찰률은 19.2%에서 18.9%, 매각가율은 44%에서 43.6%로 낮아졌다.

전국적으로도 농지 경매 낙찰률은 하락세다. 전문 경매사이트 인포케어에 따르면 전국 논 낙찰률은 2023년 26.7%에서 올해 9월14일 기준 17.7%로 떨어졌고, 밭도 같은 기간 25.2%에서 14.1%로 낮아졌다.

제주에서도 반복 유찰 사례가 잇따른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이후 서귀포시 성산읍 일부 농지는 6∼7차례 유찰되면서 최저매각가격이 최초 감정가의 24% 수준까지 내려갔다. 8월 제주지역 전체 토지 경매는 459건 가운데 64건만 낙찰돼 낙찰률이 13.9%에 그쳤고, 매각가율은 41.4%였다.

경기지역에선 농지가격 하락 위험을 반영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화성의 한 지역농협은 8월 농지 담보대출 한도를 감정가의 70%에서 65%로 낮췄다. 이 농협이 담보로 잡은 한 농지는 두차례 유찰된 뒤 감정가의 49% 수준에 낙찰돼 대출 원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했다.

충북에서도 농지가격 하락이 농민의 자금조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정선 동청주농협 조합장은 “농지가격이 떨어지면 금융기관으로서는 담보가치와 상환능력을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농민들이 필요한 영농자금을 빌리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지 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농촌 농협들은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황재규 경북 울진중앙농협 조합장은 “전체 대출의 40%가 농지를 담보로 한 대출”이라며 “농지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경매를 통해서도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져 농협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제주지역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김경보 제주시농협 경제상임이사는 “농지가격이 떨어지면 담보가치와 대출 한도가 낮아지고 연체채권이 늘면서 충당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농지는 농민에게 주요 자산인 동시에 영농자금을 마련하는 핵심 담보다. 농지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농가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지역 농축협의 채권 회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특히 농지 외에 마땅한 담보가 없는 농민은 농기계 구입이나 시설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농촌현장에선 전수조사가 매물 증가와 가격 하락을 부추겨 농지 담보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지를 사려는 사람이 줄어든 상황에서 처분하려는 농지가 늘면 가격 하락과 경매 유찰이 심화하고, 결국 농지 담보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정식 경북 안동와룡농협 조합장은 “전수조사까지 진행되면서 가뜩이나 잘 팔리지 않는 농지가 경매에서도 유찰되고 낙찰금액까지 떨어지고 있다”면서 “농협으로서는 농지 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이전보다 안전장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