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농업분야 국고보조사업의 97%가 ‘재설계’ 또는 ‘감액’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이를 토대로 내년도 지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가뜩이나 지방재정이 빠르게 고갈되는 마당에 국비 지원마저 줄줄이 축소되면서 현장의 농정사업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기획예산처가 공개한 ‘2026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하는 국고보조사업 112개 중 ‘정상 추진’으로 평가받은 사업이 3개(2.7%)에 불과했다. ‘사업 개선’은 73개(65.2%)로 가장 많았고 ‘감액’ 35개(31.3%), ‘폐지·통합’ 1개(0.9%)였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집행부진이 주로 꼽혔다.
이런 평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도 반영됐다. 정부는 앞서 재량지출사업의 15%를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 올해 부처별로 모든 사업(의무지출 제외)의 연장 여부를 검토했다. 그 결과 농식품부 소관 195개 사업에 대해 2조7857억6000만원을 감액했고, 여기에 국고보조사업 예산도 상당액 포함됐다.
문제는 용수 개발, 수리시설 개보수 등 기반시설 정비사업 상당수가 낙제점을 받아 예산이 깎였다는 점이다. 현장에선 심화·빈발하는 이상기후에 맞춰 기반시설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그런데 정부는 집행률과 그에 따른 불용액 규모만 따져 농정사업을 칼질한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저수지·양수장 등 수리시설을 설치하는 ‘다목적·농촌용수개발’의 내년도 사업비가 1163억700만원으로 올해(1519억3900만원)보다 23.5% 삭감됐다. 이 사업은 평가에서 “집행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받아 ‘사업 개선’을 권고받았다.
‘감액’ 평가된 ‘배수개선’ 사업은 종전 6371억7000만원에서 5406억2600만원으로 15.2% 줄었다. 기획처는 “사업의 실 집행률이 저조하고 사업 효과 검증도 미흡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비 100%인 재원 구조에 대해 “지방정부의 재원 분담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았다.
‘용·배수로 개보수’(2401억3600만원)와 ‘저수지 준설’(470억원)도 각각 14.6%·9.6% 감액됐다.
이들 사업은 지방정부가 국고보조금을 받아 집행하는 사업으로 국비 의존도가 높다. 특히 농촌지역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가 낮은 탓에 국고보조금이 줄면 사업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업계는 이상기후로 재해가 심해진 상황에서 수리시설 확충은 농업계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단순히 집행률만으로 성과나 필요성을 재단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반정비 사업은 가뭄이나 홍수가 나면 공사를 중단했다가 재설계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주민의 이해관계가 얽혀 추진이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 “인력과 재정이 부족한 지방정부의 추진력 등을 감안해 평가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빠르게 성과가 나는 사업이 아니다보니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정책사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지방정부는 멀리 내다보고 사업을 꾸준히 추진·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