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있듯 농민에게도 농산물 최저가격이 있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가 마침내 오는 8월, ‘농산물가격안정제도’ 시행으로 구체화된다. 농산물 가격 폭락의 위험을 농민에게 전가해 온 기존 구조에 국가가 개입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입법예고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시행령」 개정안은 기준가격을 ‘경영비 이상’으로 정하고, 주산지협의체에 생산자 참여를 보장하는 등 제도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피면 한계가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준가격 산정 방식이다. 시행령이 명시한 ‘경영비’에는 비료비나 농약비 등 겉으로 드러난 지출만 포함될 뿐, 농산물 생산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자가노동비’와 ‘자기토지용역비’는 배제됐다. 농민의 노동과 토지를 정당한 생산비로 인정하지 않은 불완전한 기준가격은 실질적인 보호망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농산물 가격의 하향 평준화를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
수급 조절의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조건도 짚어야 한다. 정부는 ‘계약재배 참여 여부’ 등을 지원금 차등지급 조건으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지역농협의 역량 부족으로 계약재배 사업 자체가 부재한 곳이 다수 존재한다. 지역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농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조건을 잣대로 삼는다면, 정작 보호가 가장 절실한 농가가 지원에서 배제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농업의 근간인 쌀은 이 제도의 맹점을 상징한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우려해 인건비가 빠진 경영비 수준으로 기준가격을 제한하며, 기계화율이 높은 쌀을 사실상 정책 대상에서 밀어냈다. 양곡관리법의 쌀 공정가격제 요구를 농안법으로 흡수하겠다던 애초의 명분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농가의 핵심 소득원인 쌀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 제도는 현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제도 시행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지금이라도 경영비 통계의 현실화, 자가노동비의 온전한 포함, 불합리한 차등조건 폐지, 그리고 쌀에 대한 실질적 보호 방안 등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민의 정당한 노동 가치가 보장되는 제도로 보완될 때, 비로소 농산물가격안정제는 그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