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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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농민신문]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민의 확대’ 내세웠지만 ‘농협 정치화’ 우려2026-04-08 11:43
작성자 Level 10
[농협개혁 어디로] (1) 당정 추진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쟁점은

6월 지선 전 농협법 개정 목표 
조합원 187만명 1인 1표 행사 
현장의견 배제·법리적 모순 지적 
“개혁 본질 고려 공개논의 필요”

당정이 6월 지방선거 전에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전환을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것으로 알려지며 농촌현장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당정이 제시한 조합원 민의 반영 확대라는 명분 이면에 ‘농협의 정치화’ ‘막대한 선거비용’ ‘지역 갈등 심화’ 등의 부작용이 동시에 대두되면서다. 특히 개혁방안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농축협 조합원과 조합장 의견이 배제된 것을 두고 충분한 현장 의견수렴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원 직선제 추진 계획은=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농협중앙회장은 전체 농축협 조합원 187만명(중복가입 제외)이 1인 1표를 행사해 선출한다. 현재는 전체 농축협 조합장이 회장을 뽑는다.

당정은 2028년초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부터 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하되, 차기 회장 임기는 3년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차차기인 2031년 회장 선거부터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함께 치르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다. 정부는 조합원 직선제에 따른 선거 비용을 최대 190억원으로 추산했다. 현행 조합장 직선제 선거비용(5000만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다. 동시조합장선거와 함께 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직선제 되면 현재 농협 문제 풀린다?…논의 실종=조합원 직선제 방안은 정부가 외부 전문가 위주로 구성한 농협개혁추진단이 당정에 제시했다. 이는 조합원 주권 확립 차원에서 의의가 높게 평가되지만 선거 규모 확대에 따른 각종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우선 조합원 직선제가 단위 조합-연합회 체제인 현 농협 구조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나온다. 현재 조합원들은 지역 농축협에 출자해 농협사업을 이용하고 조합장도 뽑는다. 별도 법인인 전국 농축협 1110곳은 연합회인 농협중앙회를 설립해 회원으로 책임과 권리를 행사한다.

농협법 113조는 농협중앙회의 설립 목적을 ‘회원의 이익과 공동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두고, 회원을 농축협으로 명시해뒀다. 엄밀히 말해 농민 조합원은 농축협의 회원이지 농협중앙회의 회원이 아닌데, 어떻게 회장 투표에 참여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농협개혁추진단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떤 논의를 거쳐 조합원 직선제가 최종 결정됐는지 공개된 바는 없다.

농협 내부 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논의가 실종됐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조합원 직선제가 현재 ‘농협개혁 요구’를 촉발한 각종 문제를 풀 ‘해법’이냐는 것이다.

현재 제기된 농협 문제는 회장 선거에 큰 비용이 들고, 이를 위해 꾸려진 선거캠프에 농협 전·현직 임직원들이 참여한 뒤 자리와 대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다수다.

농협에서 협동조합 연구를 했던 한 퇴직 인사는 “지금 과장급 직원들도 누가 회장 측근이다, 차기 회장은 누가 유력하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선거문화가 과열됐는데 이를 선거판을 키워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행정부를 분리하듯 이사회 의장인 농협중앙회장과 분리돼 농협 전반을 이끌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추천받는 식으로 선거문화를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도 “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현재의 선거 과열 및 정치화, 농협중앙회장 권한 집중과 비전문성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비용은 더 들고, 선심성 공약이 농협중앙회 운영을 왜곡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각 도 단위에서 선출된 농협중앙회 이사들이 이사회 의장 겸 회장을 호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치인 출신 농협중앙회장 출마 준비한다더라’ 벌써 소문=조합원 직선제가 ‘정치 농협’으로 변질에 불을 댕길거란 걱정도 고개를 든다. 전국구 인지도와 선거사무소를 차릴 수 있는 인사가 당선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여서다.

농업계에선 벌써 ‘정치인 출신 모 인사가 농협중앙회장 출마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여기에 ‘표 결집에 능한 농민단체가 유리하다’ ‘도별 대항전이 될 것이다’ 등 농협개혁과 동떨어진 선거공학 시나리오도 난무하고 있다. 조합원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강원 등에선 “지역 출신 중앙회장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자조가 나온다. 수십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가운데 낮은 지지율로 회장이 당선될 경우 ‘대표성’에 대한 물음표도 따른다.

선거관리 비용이 1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광역시급 단체장 선거에 비춰보면, 전국 단위 농협중앙회장 선거관리 비용은 수백억원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를 농협중앙회가 부담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농축협과 조합원 지원에 돌아갈 예산이 감소하는 문제도 추가적인 논란거리다.

농업계에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공개 논의를 충분히 거쳐 농협개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최적의 선거방식을 도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최기생 충남 홍성낙농농협 조합장은 “정부는 회장을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하되 비상임 신분은 유지하고, 이사회 의장직도 못 맡도록 한다는데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럴 경우 조합원 권익 사안은 누구한테 가서 얘기해야 하냐”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도 최근 성명에서 “지금 필요한 농협개혁 방향은 명분이 아니라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가’이며 방향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개혁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정부와 국회에 숙의를 촉구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