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지개혁 이후 첫 농지 전수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토론회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농지개혁 이후 첫 농지 전수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시한 이후, 오랫동안 농업계의 ‘희망사항’으로만 치부된 채 외면받아 온 농지 전수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 시행 계획까지 발표가 임박한 상황이다.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농지개혁 이후 첫 농지 전수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는 농지 전수조사에서부터 시작될 농지제도 정비의 수많은 과제들을 뒤로한 채, 오직 전수조사의 방법을 고민하기 위한 자리였다. 토론회 제목은 ‘(1949년) 농지개혁 이후 첫 전수조사’라지만, 당시 조사의 불완전성을 감안하면 ‘헌정사상 첫 전수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묵은 농지 투기 문제를 바로잡고 농업정책의 새 이정표를 세울 이 거대한 작업에, 토론에 임한 각계 전문가들은 치열한 고민을 쏟아냈다. 농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계획 발표를 앞두고 중요 참고점이 되기도 한 이날의 토론을 지상중계한다. 주최는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어기구(국회 농해수위원장)·서삼석·김정호·송옥주·문금주·임미애 의원, 진보당 전종덕 의원,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며 주관은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와 〈한국농정〉이 맡았다. 권순창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관련기사〉 헌정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그 방향을 모색하다① 발제 헌정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그 방향을 모색하다③ 현장발언
“농지 공공성과 경작자 권리 확보돼야”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농지 전수조사는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농민들이 우려하는 건 “전수조사로 부정소유가 밝혀지더라도 그 땅을 과연 농민이 소유할 수 있겠느냐”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소유 중심으로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43년을 농사지어야 농지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어렵게 농민이 농지를 갖게 되더라도 높은 지대와 농민 고령화는 결국 증여와 상속을 통해 다시 비농민에게 농지가 가도록 만든다. “농민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론 문제를 풀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전수조사는 농지의 공공적 성격을 바로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책임지고 농지를 공적으로 매입·관리하는 ‘농지관리청’을 만들고 근본적 제도개선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는 경작권이다. 사실 지금의 임차농은 소작농이다. 임차농이라면 지주와 합리적 협의과정을 통해 서로 권리를 가져야 하는데, 지금은 언제든 지주가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위치다. 농지은행도 마찬가지다. 어떤 작물은 짓지 말라거나, 경작권을 5년으로 제한하거나, 나이 많은 농민은 짓지 못하게 한다. 별도의 법을 신설해 잃어버린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번 전수조사가 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그리고 국가가 공적으로 농지를 소유·관리하는 제도전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전수조사는 농민들의 어려움에 도돌이표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장과의 교감, 안정적인 인력·재정이 중요”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
2020년 농특위 농지(표본)전수조사에 직접 실행원으로 일해 봤다. 우리 직원 4명이 마을 분들을 모아 조사했는데 처음엔 잘 안 모이셨다. 전수조사가 왜 필요한지 신념이 없으면 귀찮은 일이 된다. 조사 이전에 마을 분들을 설득하고 어떻게 유용하게 만들까 얘기하는 게 더 소중한 작업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정말 말하지 않았던 내용들도 술술 나오더라.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는 이제 이장들이 농지 임대차 실태를 다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농외 겸업 증가 등 요인) 이장을 조사 주체로 세우더라도 영농회 등과 잘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현장 행정인력은 전수조사를 할만큼 충분하지 않다. 읍면 단위 담당자가 산업계 직원 1명인데 보통 6~12개월 근무하다 조기에 자리를 옮긴다. 그러니 당시 조사해봤을 때 기존 조사 자료와 일치율이 62%밖에 안 됐다. 사전에 인력과 재정을 명확히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추경으로 1차적 재정을 확보하더라도 농식품부가 농지관리기금을 최대한 늘려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걱정되는 부분은, 비농업인 소유 농지가 전체의 약 60%로 추정되는 만큼 전수조사를 했을 때 임대차농 문제가 현실화될 것이다. 농식품부가 전수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과감하게 신고센터를 운영해서, 부정소유자가 투기를 감추기 위해 임대차를 조정하거나 파기하는 일을 막으면 어떨까 한다. 사전에 그런 시그널을 던져줘야 우려되는 일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힘들지만, 피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 심재성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청 주무관(농지업무 담당)
지난 2월 24일 농특위 회의 참석차 상경하다가 후배 직원한테서 “큰일났다”는 카톡을 받았다. 그날 대통령의 농지 발언으로 현장엔 장마가 내렸다. 열차에 1시간 가량 몸을 싣고 오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내가 담당으로 있을 때’(웃음).
일선 실무공무원으로서 20년 동안 농지업무를 봐 왔다. 시군 담당자 한 명으로 완주 관내 25만필지의 농지를 관리하는 건 업무피로도가 너무 많다. 그나마 조사가 형식적으로 되다 보니 축적된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아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대통령 발언 이후 한 달 동안 계속 농지 비리 제보가 허위성을 포함해 계속 들어오고 있고, 유튜브에선 전수조사나 처분명령을 피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래행정을 위한 농지데이터 구축도 중요하지만, 전수조사가 일회성으로 지나가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현장에 반드시 줘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짊어지겠다는 게 일선 실무자들의 생각이다. 저희가 피하지 않고 해보겠다. 이번 조사로 인해 우리가 그동안 형식적으로 조사해온 걸 문책받지 않을까도 걱정되지만, 뭇매를 맞더라도 해보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다만 국민·농민들의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 가령 휴경 같은 건 위성자료 등 여러 확인 수단이 있지만, 관행적·음성적 임대차는 2~3주를 잠복근무하지 않는 한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읍면 농지위원들까지 포함한 민관 합동 조사위 구성과 조사위원 교육이 필요하다.
“어렵게 찾아온 전수조사 기회, 준비 철저히”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농촌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농지 전수조사가 실시될 것 같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전수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농지 데이터베이스 현행화와 임대차 현황 양성화를 위해서다. 정책에 있어 농지대장 등의 기반정보를 완비하고 시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다만 농지개혁이란 말이 이젠 우리끼리만 뭉클한 단어 같다. 과거 농지개혁 땐 모든 국민이 농민이었고 직접적으로 이익이 결부돼 있었다. 지금은 사회적 동력이나 경제적 동기가 부족하다.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농업의 비전과 농지제도 정비 방안 등 설득력 있는 구상이 어쩌면 미리 준비돼야 한다.
발제자는 조사 기간을 마을당 3~4개월로 추산하고 있는데 전국을 조사하는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도 생각해야 한다. 조사 기간이 짧아도 정확성·검증의 문제가 생기고, 길어도 조사 형평성이나 시점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요 예산은 발제자가 1100억원을 예상했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5년간 1274억원을 추정했다. 농지 데이터베이스 현행화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과도하지 않고 충분히 투입 가치가 있는 예산이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농지를 대상으로 하되 수도권·비수도권이나 개발 호재, 투기 예상지역, 실경작 및 거주 연수 등을 기준으로 지역별·유형별 차등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마을과 민간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민과 관 모두 좋은 학습 기회로 삼아 향후 마을이 농지 관리의 주요한 축으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으로까지 연계해 가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조사 방식 설계하자”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실장
현재 논의 중인 ‘농지 전수조사 특별법’에 우려사항이 있다. △1000억원 이상이나 소요되는데 조사 결과는 1년치밖에 안 되는 비용효율 문제 △거짓응답의 여지를 주는 방문조사의 한계 △농지 임대차시장에 줄 혼란과 임차지 회수 부작용 문제다.
제안드리는 방안은, 상시적인 디지털 감시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주관적 진술보다 객관적 증거에 기반한 조사 방식의 과학화가 필요하다. 농자재 구매 이력, 농산물 판매 수익 추적확인 등이 방법이고 인공지능(AI) 기반 이상징후 포착 모델 개발도 생각할 수 있다. 조사 과정도 1단계에서 위성이나 AI를 통해 의심지역을 걸러내고, 2단계에서 이를 데이터로 검증하고, 3단계에서 전문 조사관을 투입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런 데이터 기반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선 범정부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전문적 기관이 필요하며, 중앙 행정 데이터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실경작 정보 수렴도 필요하다.
인센티브 측면에선 한시적 ‘자율 시정기간’을 설정해 이 기간 내 농지은행에 장기 위탁하거나 실경작자와 적법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특례를 적용해줄 필요가 있다. ‘8년 자경 시 양도세 감면’ 제도는 가짜농민 양산의 동기가 되고 있으므로 폐지 후 재설계해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는 단순히 단속·처벌 이벤트가 돼선 안 된다. 21세기 대한민국 농지 정책의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대대적 인프라 투자여야 한다.
“사명감 갖고 전수조사 꼭 성공시킬 것” 김기환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은, 첫째론 농지 투기 근절이다. 특히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가 지능화·음성화되고 있다.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꼭 한 세대가 흘렀는데 불법 전용·휴경·임대차가 여전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 번쯤은 털어내야 한다.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고도화해 정책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데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농지대장이 운영 초기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다. 이번 조사를 통해 최대한 현장과 일치시키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무엇보다 농지제도에 대한 국민·농민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조사 방법은 세세하게 검토하고 있고 의견도 수렴하는 중이다. 초안을 마련한 뒤 지자체와 함께 확정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임대차 보호다. 신고센터나 강력한 시그널 등 실효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농지 관리체계 개편에 관해선, 농지를 어떻게 공적 관리체계로 편입시키고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분들께 공급해드릴지와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하는 데 이번 전수조사가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재정이나 세제개편 등도 놓치지 않고 협의해 나가겠다.
농식품부 농지과 직원들은 2월 24일 대통령 말씀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에 퇴근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어촌공사 모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이번 전수조사를 꼭 성공시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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