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전현정중동 전쟁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이 고착하는 모습이다. 생산비가 치솟으며 농가를 옥죄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일시 처방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선 안정적이고 적극적인 농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전쟁 여파는 유가에서 먼저 나타났다. 2월28일 미국의 이란 공격 개시 직후 급등한 국제유가는 이달 3일 1배럴당 브렌트유 109.3달러,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1.54달러로, 개전 전날과 견줘 50.4%·66.4% 올랐다. 종전되더라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시일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일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조기 종전해도 에너지시설 피해 복구 지연으로 전쟁 이전 대비 약 43% 높은 유가가 지속되며 봉쇄 장기화 시에는 (유가가) 86% 상승한 수준이 유지된다”고 분석했다.
나프타·요소 등 원자재 공급망도 흔들리며 농가 경영난을 자극한다. 전쟁 전후로 농업용 필름의 주원료인 나프타의 국제가격이 갑절가량 뛰었다. 대체 물량 확보도 여의치 않아 당분간 수급안정이 요원한 상황이다.
요소는 전세계 교역량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중동의 요소 수출 가격이 전보다 40% 뛰었다. 이어 요소 기반 비료 가격은 두배가량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말까지 요소 사용 비료 8만8000t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수급·가격 불안이 이미 현실화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마저 1500원을 넘나들며 물류비와 외국산 농자재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중동발 3고(高) 현상’이 농가 경영난을 압박하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아쉽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유가연동보조금 사업이다. 그간 여러차례 한시적으로 추진됐던 사업이다. 이번에도 과거와 동일하게 난방용 등유 대상으로만 설계돼 불만을 산다. 농가는 농기계 사용이 늘어나는 봄 영농철인 데다 경유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으므로 연동보조금 대상을 전 유종으로 넓혀달라고 요구해왔다. 비료·사료 구매 지원규모도 현장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표적인 농가 생산비 완화 대책인 농업용 면세유 사업은 올해말 일몰 종료 예정이다.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연장이 유력하지만, 앞서 기획예산처가 과감한 조세지출 정비를 예고한 터라 재설계 등 변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농업계는 복합위기가 상시화한 만큼 관련 대책을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면세유는 농가 생산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농자재인데 2∼3년 단위로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종료가 검토되면서 농가의 영농 의지를 꺾고 있다”며 “아예 일몰을 폐지하고 면세유를 상설 제도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추경안에 담긴 사업을 내년 본예산안에도 담아 농가가 충분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근본적으로 농업생산을 뒷받침할 지원대책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