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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어민신문]중앙회장·핵심 간부 공금 유용···특혜 대출·분식회계 드러나2026-03-11 10:22
작성자 Level 10

농협 특별감사 주요 내용은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농협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 등에 대한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부 e-브리핑 캡처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농협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 등에 대한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부 e-브리핑 캡처

재단사업비 4억9000만원 빼돌려
선거 도운 조합장·조합원 답례
금품수수 입막음 홍보비 1억 집행

수의계약 남용·채용비리 적발
외유성 연수 등 방만 경영도 문제

전현직 중심 감사위원회 구성
내부 통제·감시 한계 뚜렷

국무조정실이 9일 발표한 농협 대상 정부합동 특별감사에서 중앙회장과 간부들의 비리 의혹,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 회원조합의 분식회계와 채용 비리 등이 대거 드러났다. 이번 감사는 국무조정실과 농림축산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감사원 등이 참여해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 의뢰하고, 96건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중앙회장과 핵심 간부의 비리·전횡

감사 결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재단 핵심 간부를 통해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 등에게 제공할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 비용 등을 마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규모는 약 4억9000만원이다. 또 중앙회 일부 부서가 홍삼·화장품 등 기념품 2억4000만원어치를 구입해 회장실과 부회장실로 전달했지만 실제 지급 대상과 전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 회장은 지난해 2월 지역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황금열쇠 10돈(580만원 상당)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농협재단 핵심 간부의 공금 유용도 드러났다. 이 간부는 사업비를 빼돌려 사택 가구류 구입과 자녀 결혼식 비용, 명품 지갑·골프용품 구매 등에 약 1억3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택 가구 구매 과정에서 재단 직원들이 일부 자금을 빼돌려 명품 커플링을 구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또 중앙회 임원이 중앙회장 선거 관련 금품수수 의혹 기사를 막기 위해 특정 신문사에 홍보비 1억원을 집행한 정황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 같은 중앙회장 및 핵심 간부 관련 의혹 6건을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특혜성 대출·투자·계약

특혜성 대출과 계약 문제도 확인됐다. 중앙회는 2022년 신설 냉동식품 제조 법인에 대해 사업성·상환능력 검토가 부실한 상태에서 145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실행했고, 해당 대출은 올해 2월부터 연체가 발생했다. 정부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여신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보고 관련 담당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중앙회와 재단, 상호금융이 특정 캐피탈사에 지분 투자와 한도대출, 기업어음(CP) 매입 등의 방식으로 거액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해당 회사에는 농협 출신 인사가 재직하고 있어 ‘회전문 인사’ 논란도 제기됐다.

수의계약 남용 사례도 드러났다. 한 자회사는 청소·주차 용역 계약을 10년 넘게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유지했고, 공개입찰을 추진하다가도 이를 취소한 뒤 다시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앙회와 자회사가 특정 신생 업체에 수십억원 규모 계약을 몰아준 사례도 확인돼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농협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영리법인이 농협 건물을 장기간 무상 사용하면서 약 37억원 상당의 손해를 발생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방만한 예산·재산 관리

예산과 재산 관리의 방만함도 지적됐다. 중앙회는 비상임이사에게 태블릿PC와 고액 활동수당, 회의수당, 기념품 등을 지급했고 조합장과 임원들에게 각종 선물과 상조비, 전별금 등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 조합운영협의회 기금이 상품권 구입과 전별금 지급, 연수 등에 사용되는 등 사적 용도로 활용된 사례도 확인됐다.

외유성 해외연수, 골프회원권 관리 부실, 법인카드 골프비 과다 사용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자회사에서는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1인당 1000만원 규모의 해외 연수를 지원했지만 일정 상당 부분이 관광 위주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회원조합의 비리·부실 방치

회원조합의 비리도 적지 않았다. 한 조합은 연체 대출 금리를 임의로 조정하고 부실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둔갑시키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를 흑자로 허위 공시한 뒤 4억4000만원의 배당까지 실시했다. 이 사안 역시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또 비상임이사가 배우자 업체와의 부동산 계약을 이사회에서 밀어붙인 사례와 조합장이 본인 비위를 심의하는 징계위원회에 직접 참석한 ‘셀프 징계’,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에게 특정 지원자 정보를 전달한 채용 청탁 등도 확인됐다. 조합장이 광고선전비를 이용해 지인 선물을 구매한 사례도 드러났다. 일부 조합에서는 법인카드를 심야·휴일 등 업무와 무관한 시간대에 사용하는 등 조합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작동하지 않은 내부 통제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배경으로 내부 통제 장치의 구조적 한계를 지목했다. 준법감시인 자격에 중앙회·자회사 등 10년 이상 근무 경력을 인정해 내부 인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감사위원 5명 중 3명이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며 이 가운데 2명은 현직 조합장이어서 독립적 감시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 후보가 위탁선거법 위반으로 자격이 없는데도 준법감시인 사전심의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장)은 “이번 감사는 지난해 11월 농식품부가 실시한 선행 감사의 후속 감사로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운영 실태 전반을 점검했다”며 “선행 감사에서 추가 사실 규명이 필요했던 사안과 비위 의혹이 제기된 12개 회원조합도 함께 감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 결과 농협 핵심 간부들의 비리와 전횡, 특혜성 대출과 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가 내부 통제 장치 기능 약화와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