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식품부,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대상 특별감사 중간결과 관련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농협조직을 근본부터 수술하길 촉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에 뒤늦게나마 정부가 응답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8일 세종시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대상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농협조직의 수많은 문제점을 공개했다. 그동안 농협조직의 문제점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는 자성 속에서, 농식품부는 추가 특별감사 및 농업계·전문가 등과의 협업을 통한 ‘농협개혁추진단(가칭)’ 구성 등 후속 조치에 나선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농협 대상 국정감사 등을 계기로 농협 관련 비위 의혹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농협중앙회·농협재단 대상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기존에 3년 주기로 6명 가량의 인원이 진행했던 감사와 달리, 이번엔 이례적으로 총 26명(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6명 포함)의 인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8일 브리핑은 이 특별감사 내용을 중간보고하는 성격의 자리였다. 이날 브리핑에선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이 특별감사 개요를 설명한 데 이어, 특별감사 과정에서 외부전문가로 함께한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감사 결과 발견된 각종 문제점들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감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이사회도, 인사추천위도, 조감위도 ‘졸속 운영’
농협중앙회·농협재단 대상 특별감사 과정에 외부 전문가로 결합했던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8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대상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첫째, 농협중앙회 내부통제 기구 구성·운영의 부적정성 문제가 거론됐다. 농협 내에 문제가 발생해도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컨대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임원 추천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를 농민단체·학계로부터 추천받아 구성해야 하지만, 농협중앙회 인사총무팀에서 일부 농민단체·학계만을 대상으로 후보자를 추천받는 식의 제한적·폐쇄적 운영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사회 운영 과정도 졸속적이었다. 일례로 2024년 제15차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선 특별성과보수를 1인 즉석 안건으로 상정·의결함으로써 지급 사유 및 금액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농협중앙회 부회장, 집행간부 등 11명에게 총액 1억5700만원(1인당 1400만~1600만원)을 지급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편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조감위)의 경우 위원장이 별도의 인사권을 갖고 있음에도, 농협중앙회는 조감위원장이 아닌 부회장에게 승진·전보 등 인사 관련 사항을 보고하고 농협중앙회 인사부서가 승진 규모를 검토·조정함으로써 조감위의 인사독립 성격을 훼손했다.
조감위 자체의 기능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음이 다시 확인됐다. 조감위는 지역농협 대상 감사 진행 결과 징계에 해당하는 사항(문책사항)은 조감위 징계심의회를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하건만, 문책사항 중 74건은 징계심의회에 부의하지 않았고 211건은 징계가 아닌 주의 처분에 그치는 등 지역농협 대상 감사 처분 조치에 소극적이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조합장에게 처분한 경징계 27건(견책) 중 최소 6건(성희롱, 업무상 배임 등)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드러나는 등 조합장 처분에 온정적인 경향이 나타났다.
징계부터 경비 집행까지, 모든 게 부적절했다
둘째, 범죄를 저지른 농협중앙회 내부 임직원에 대한 온정적·형식적 징계가 잦았다. 농협중앙회는 임직원 범죄행위는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고발에서 제외할 시 농협중앙회 인사위원회에서 고발 여부를 심의하도록 결정한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징계한 21건 중 범죄 혐의가 있는 6건은 고발 여부 심의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지도, 고발하지도 않았다. 또한, 성희롱 등 비위행위 관련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농협중앙회 내부 직원(여성은 포함되지 않음)으로만 편향적으로 구성됐고, 농협중앙회 인사총무부(사실상 회장 직속 조직이자 인사 문제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요직)에서 검토한 징계수위를 100% 그대로 반영하는 등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셋째, 각종 경비의 집행과 관리도 부적절하게 이뤄졌다. 농협중앙회에서 지역농협에 지원하는 무이자자금 지원과 관련해, 농협중앙회 이사조합장이 재직 중인 조합 등 특정 조합에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024년 무이자자금 지원액은 전년 대비 약 1조원 증가(2023년 12조원 → 2024년 13조원)한 가운데, 이사조합(조합장이 농협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지역농협)은 2023년 평균 약 143억2000만원에서 2024년 약 181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이자자금 지원액이 26.3% 늘어난 반면, 일반조합은 2023년 약 113억원에서 2024년 약 121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6%만 지원액이 늘어나는 차별을 당했다.
또한 농협중앙회장의 해외 출장 시 숙박비는 250달러(2026년 1월 8일 기준 한화 약 36만원)가 상한선이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시만 추가 집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특별한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채 숙박비 상한을 초과해 집행하는 등의 공금 낭비 행태도 확인됐다. 강호동 현 농협중앙회장이 숙박비를 지불한 5차례의 해외 출장 과정에서도 1박당 50만~186만원씩 이렇다 할 사유 없이 비용을 초과 집행하는 등 총 4000만원의 숙박비가 초과 집행됐다는 게 특별감사 주체들의 설명이다.
농협중앙회장 업무추진비(업추비) 사용 내역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내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중앙회장이 업추비를 집행함에도 ‘업추비 카드를 비서실에 배정했고 중앙회장에게 직접 배정한 게 아니다’란 이유로 업추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던 상황, 그 밖에도 정보목록 공개 및 온라인 정보공개시스템 구축 등 정보공개법에 따른 의무도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넷째,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부적격 계약도 이뤄졌다. 농협중앙회는 자체 계약규정에 따라 물품 구매, 용역, 공사 등의 계약은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맺는 걸 원칙으로 한다. 그럼에도 농협 퇴직자들의 단체가 출자한 특정 용역업체와 경비, 운전 등에 필요한 인력을 관행적으로 수의계약하고 있었고, 농협 자회사는 해당 업체에 건물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다섯째, 농협재단 운영이 체계적·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농협재단은 전문계약직 신규채용에 필요한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서 이사장 단독 지명으로 사무총장을 채용하면서 경력증명서 등 각종 증빙서류를 제대로 징구하지 않았다. 농협장학관장은 규정에서 정한 직급(M·3·4급)이 아닌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했다.
또한, 농협재단은 지역농협을 통해 기부물품을 지원하면서 구체적 지원대상도 정하지 않았고, 지역농협에서 농민 등에게 기부 물품을 지원한 내역을 점검하지도 않아 기부 물품이 농민에게 기부 목적에 맞게 전달되는지도 파악되지 않는 형국이었다. 뿐만 아니라 기부 물품을 농협 관련 회사들이 직접 제조·생산하지 않는 경우에도 농협 관련 자회사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간접 구입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계약 방식이 다수 발견됐다.
무책임 경영, 폐쇄적 내부통제 체계 문제도 계속 점검 예정
농식품부는 향후 사실관계 확인 및 법률검토 등 추가 감사를 통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시정·개선 조치를 취하려는 건이 38건(농협중앙회 37건, 농협재단 1건)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농협중앙회장 등 임원 대상 과도한 혜택 △방만하고 책임 없는 경영 △폐쇄적인 내부통제 체계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농식품부 익명제보센터를 통해 들어온 비위 제보 내용도 점검·확인한 뒤 필요할 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방만하고 책임 없는 경영’과 관련해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수지 예산서에 거론되지 않은 유보예산을 실행예산으로 편성하고 있는데, 2024년 판매관리비 중 유보예산 비율이 22.3%(총예산 1442억원 중 322억원), 교육지원사업비 중 유보예산 비율이 77%(총예산 5900억원 중 4551억원)에 달했다. 유보예산 비중이 높다는 건 그만큼 자의적이고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예산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농협중앙회가 얼마나 임의적으로 예산을 조정하며 집행하는지가 새삼 알려진 셈이다.
폐쇄적 내부통제 체계와 관련해서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회와 조감위 공히 각 구성원 5명 중 3명이 농협중앙회 계열사 전직 임원 또는 전·현직 조합장으로 구성돼 있고, 준법감시인이 농협중앙회 내부인으로 임명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특별감사 주체들은 내부통제 역할을 해야 할 조직이 내외부 관계자 중심으로 구성·운영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점검하고 검토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농협개혁추진단 구성, 범정부 합동 감사체계 구축”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감사 결과와 연계해 반복적인 비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침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농협중앙회·지역농협의 인사 및 운영 투명성 강화 △농협 내부감사 및 견제 기능 정상화 △정부의 관리·감독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농협법 추가 개정안을 속도감 있게 발의하겠다는 게 김 차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나아가 이번 달 중 농업계와 외부 전문가 등을 포함한 ‘농협개혁추진단’을 구성함과 함께, 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감사체계 구축을 검토하는 등 각종 비위 의혹을 더 철저히 감사하고 근본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은 “농협 내에 이토록 문제가 많았는데 농식품부는 왜 그동안은 이러한 문제를 적발하지 못했던 거냐”거나 “(이재명) 대통령의 (농협개혁 관련)지시가 없었다면 이러한 조치도 없었을 것 아니냐”는 등의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차관은 농협 내 각종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한 데 농식품부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었음을 시인하며, 향후 특별감사 결과와 각계에서 지적한 문제점 등을 잘 참고하며 농협조직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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