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2일 오후 충북 영동에서 전국농어촌군수협의회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간담회가 진행됐다.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 사업 신청조차 여의치 않아 광역단체 재원 부담 거부 땐 사실상 참여 어려워 ‘논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농정공약인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추진을 앞두고 지방비 분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비 40%, 지방비 60%(시도 30%·군 30%)라는 구조 탓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사업 신청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국비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경남에서는 재원 부담을 이유로 도가 분담을 거부하면서 지역 지자체의 사업 참여가 사실상 막혀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전국 인구감소 지역 69개 군 중 6곳을 선정, 지역 주민에게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약 1700억원을 반영했으며, 이달 29일부터 10월 13일까지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자체별 대응은 제각각이다. 의회와 함께 결의안 채택이나 전담반 구성을 통해 유치전에 나서는 곳이 있는 반면, 지방비 부담 때문에 신청조차 어렵다는 곳도 많다. 22일 충북 영동에서 열린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간담회에서도 이런 처지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문경복 인천 옹진군수는 “옹진군이 참여하려면 군비 30% 분담에 108억원이 필요한데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면서 “이 예산을 기본소득에 투입하면 정주여건 개선, 소득원 개발, 기반시설 확충 분야에 예산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군비로 200억~300억원을 부담할 수 있다고 하는 지자체가 부럽다. 인구감소 지역 69곳 중 하위 10%는 재정자립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옹진군 역시 접경지역으로 소득기반이 농어업뿐인 인구 2만명의 지역”이라며 “인구가 떠나는 지역을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지, 지방비 부담 여부가 사업 참여의 기준이 되면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소 100억~2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군비 분담을 해결하더라도 난관은 또 있다. 시범사업 신청 시 광역단체 재원 확약서를 함께 제출하게 돼 있어, 광역단체의 협조 없이는 사업 참여가 어려운 구조다.
김명기 횡성군수는 “횡성군은 인구가 4만6000명 정도로, 사업에 참여하려면 도와 군이 각각 250억원씩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도는 50억원 정도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나머지 200억원을 포함해 군이 45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광역과 기초단체의 재정 여건과 우선순위가 달라 사업 참여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농어촌기본소득 국비 지원 상향” 목청
일각선 “무늬만 국비사업” 성토 송 장관 “국회서 상향 논의 노력”
실제 경남도가 재원 부담을 이유로 도비 분담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도내 10개 지자체의 참여가 불투명해졌다. 경북 역시 농어촌기본소득이 농민수당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농민수당 예산 삭감 가능성을 언급해 지방비 부담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무늬만 국비사업, 실제론 지자체 사업”이라는 불만까지 나온다.
군수협의회는 이날 국비 비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올려 광역·기초단체 부담을 완화해 달라고 송미령 장관에게 건의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일찍부터 예상됐다. 농어촌기본소득 전면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민간단체들이 결성한 ‘농어촌기본소득추진연대’는 정부의 시범사업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지역소멸 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위한 사업이라면 당연히 국비 비율을 늘려 정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지방비 부담으로 시범사업 신청조차 못하는 지자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논란의 배경에는 한정된 예산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 예산 1700억원 범위에서 추진되다보니 시범지역이 6곳으로 제한된 데다 국비 비율도 낮아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과 함께 재원 문제를 두고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진연대는 이에 대해서도 “시범사업의 효과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지역에서 실시해야 한다”며 “그러나 시범사업 계획에 전면 실시 또는 확대 계획이 부재한 상황이기에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역 간 갈등이 과도하게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지역에 단 30일만 거주하면 농어촌기본소득을 지급받을 수 있기에 소멸 위기를 겪는 주변 농어촌 지역에서 인구가 유출되고 경제적 격차가 벌어져 전반적인 지역소멸위기 해소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될 우려마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 제기된 국비 지원 상향 요구에 대해, 송미령 장관은 “한정된 예산에서 국비 비중을 높이면 시범사업 지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번 시범사업은 전국적으로 확산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고, 여주 구양리 태양광발전 모델처럼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기본소득 재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들도 검토하고 있다. 본사업 전환으로 가기 위한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중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봐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범사업 예산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국회 예산 심의 단계에서 국비 지원 상향이나 예산 확대가 논의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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