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가격 하락 농산물 할인품목 지정
할인 직전 가격 올려 눈속임
농식품부는 사실 알고도 ‘방치’
지원 대상서 중소업체 배제
6개 대형업체만 선정도 논란
물가 안정 명분으로 추진되는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이 대형유통업체만 배불리는 사적 이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생산 증가로 가격이 하락한 농산물도 대형유통업체가 요청할 경우 할인지정품목으로 지정하거나 할인지원금 혜택을 대형유통업체에만 몰아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은 18일 농림축산식품부 정기감사 결과를 통해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이 대형유통업체의 이익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통보했다.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은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2020년 7월 도입됐다. 농축산물 할인지원품목 구매 시 20~30% 범위에서 최대 2만원을 할인해주는 제도로, 2024년까지 5년간 약 6615억원이 투입됐다.
감사원은 이 사업에 참여한 6곳의 대형유통업체가 할인행사 직전 가격을 부당하게 올린 뒤 할인지원을 받는 ‘눈속임’ 꼼수 사례를 적발했다. 예컨대 할인 전 판매가를 30% 올려놓고 이를 기준으로 20% 할인을 적용해 소비자 체감 혜택은 줄어든 반면, 업체 이익만 챙기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가 할인행사 직전에 할인품목의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았으며, 이후 유통업체로부터 할인 예정 품목의 행사 전주 가격정보와 할인 예정 가격정보를 제출받는 등 ‘눈속임 할인’ 행사 계획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특별한 사유 없이 할인지원 품목의 판매가를 부당하게 인상한 유통업체에 대해 할인지원금을 정산하지 않거나 사업에서 배제하는 등의 제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사업 운영이 대형유통업체 요구에 치우쳤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심지어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한 농산물조차 대형유통업체 요청이 있으면 할인지원품목에 추가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농식품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2023년 할인지원사업 추진계획’에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한 품목도 할인지원 대상 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대형업체가 요청할 경우에만 가격이 하락한 품목이라더라도 할인지원품목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사업 목적과 다르게 대형업체만을 위한 할인지원사업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또 6개 대형유통업체가 원한다는 이유로 소비자 물가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품목을 할인지원품목으로 지정하는가 하면, 합리적인 사유 없이 중소유통업체를 배제한 채 6개 대형유통업체만 할인지원사업 업체로 선정하는 등 사업의 공정성도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정부는 이들 업체에만 2023년 2~5월 33억8000만원, 2023년 11~12월 119억원의 할인지원금을 몰아준 것으로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부담에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품목을 할인지원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과 ‘눈속임’ 할인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할인행사 전후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을 ‘통보’했다. 아울러 대형유통업체만을 위한 할인지원사업이 추진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