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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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제목[한국농어민신문][이재명 농정공약 깊이보기] ‘삼중고’에 갇힌 농가···경영위험 덜어줄 해법 찾아라2025-06-12 10:46
작성자 Level 10

①농업 민생 4법과 필수농자재 지원법

생산비 상승+가격하락 +자연재해
농가 경영 리스크 최소화가 핵심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기겠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게 하겠다’, 역대 정부가 선거 때마다 했던 약속은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엔 다를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정 공약의 실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유세과정에서 “할 수 있는 약속만 하고, 약속한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고 했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이재명 농정공약 깊이보기’를 통해 주요 농정 공약의 방향과 과제를 살펴본다.

현장 농민들이 줄곧 요구해 온
농업 4법+필수농자재 지원법
농가 경영안정장치 강화 ‘신호탄’

이재명 대통령의 농정공약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은 분야가 ‘농업 민생 4법’과 ‘필수농자재 지원법’이다. 이 대통령은 “농업인이 가격 걱정, 재해 걱정 없이 농사짓는 안심농정을 실현하겠다”면서 “선진국형 농가소득을 보장하고 재해안전망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내용이 △쌀값 안정적 보장 △농산물 가격안정제 △재해 국가책임제 △필수농자재 국가지원제 도입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재해, 반복되는 수급 및 가격 불안, 생산비 폭등으로 농가 경영안정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안정, 농가 경영안정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대통령의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돼 농가의 경영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농민들과의 공감대 형성,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 기존정책과의 조화, 충분한 재원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국가 책임 강화” 긍정 평가

쌀값 보장, 농산물 가격안정제, 재해 국가책임제, 필수 농자재 국가지원제는 그동안 현장 농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내용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을 추진하려면 농업 4법 개정 외에 필수농자재 국가 지원제를 담은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민생 4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윤석열 대통령(2023년 4월 4일)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2024년 12월 19일)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돼 입법이 무산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주당이 제출한 농업 4법에 대해 “남는 쌀 강제 매입법” “농업을 망치는 농망 4법” “재해대책법은 법 자체가 재해 수준”이라고 거친 표현을 쓰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농업 4법 입법을 계속 압박해 왔고, 현재 윤준병·문대림·이원택·박수현 민주당 의원 등이 농업 4법을 재발의한 상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4월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곡관리법 등 농업민생 4법을 재발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4월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농업 4법' 개정과 통상대응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재해, 반복되는 수급 및 가격 불안으로 농가 경영안정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등의 경영 안정장치 강화는 시의 적절하다”고 말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선진국 수준으로 농가 경영·소득 안전망을 확충하고 재해대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만성적인 쌀 수급불균형과 가격하락 문제, 그리고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와 기후 위기로 인해 전반적으로 농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농산물 가격과 소득 변동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농가의 경영위험을 완충해 주는 정책을 체계화하는 것은 어떤 정책보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기후 위기로 인한 빈번한 자연재해의 발생과 주요 농산물의 가격변동으로 인한 농가의 경영위험을 줄여주기 위한 소득 및 재해 안정망 장치를 강화해 나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정책 차원에서 농가 경영 위험 요인을 최대한 억제, 영농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경영 기반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가는 오랫동안 ‘경영비는 꾸준히 늘어나지만, 가격이 이에 걸맞게 상승하지 못하거나 변동을 겪는’ 이른바 이중 압박 문제를 겪어 왔다”면서 “이는 농업 수익성을 악화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후 위기, 가격 위험, 재무 위험 등은 개별 농가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정·신설할 때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지속가능성), 다른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면(정부 실패) 어떻게 해소할지는 깊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법안 내용과 쟁점

▲양곡관리법 개정
초과 생산량 의무 매입에
‘양곡 가격안정제’ 추가
밀·콩도 공공비축양곡 포함
논타작물 재배 장려 담아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쌀값 폭락시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사들이고, 반대로 쌀값이 폭등하면 정부 관리 양곡의 판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여기에 양곡의 가격이 공정가격(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생산자에게 정부가 그 차액을 지급하는 ‘양곡 가격안정제도’가 추가됐다.

또 양곡수급안정 정책과 시행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농식품부에 양곡수급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5명 이상의 생산자단체 대표가 참여하도록 했다.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논 타작물 재배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고, 선제적 수급조절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미곡수급관리시스템 구축과 미곡 공급량 조절을 위한 사업 지원 근거도 담았다.

양곡수급계획에 공공비축양곡과 수입양곡의 용도별 운용 및 적정 재고량 관리, 양곡의 적정 자급목표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공공비축양곡 대상에 밀·콩을 추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과잉 생산되는 쌀을 처리하는데 돈이 많이 드는데, 쌀을 왜 더 생산하도록 유도하느냐”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질문에 “쌀값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전략사업인 주식,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도를 올리는 길이다. 그런데 가끔씩 (쌀이) 과잉 생산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정부가 사서 가격을 관리해 주고, 대신에 여기 추가로 경작 면적을 조정하기 위해 대체 작물 지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도입하면 정부가 쌀을 사지 않기 위해 대체 작물 생산을 충분히 지원할 것이고, 그러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안법 개정
가격 하락시 ‘차액보전’ 방식
‘기준가격’ 설정이 최대 쟁점
대상 품목·보전비율도 중요
품목 쏠림·과잉생산 방지 관건

농안법 개정안에 담긴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기후위기 시대, 농산물의 가격 불안정에 따른 농가 경영을 안정화하기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 안전망으로 설명된다.

이는 주요 농산물이 기준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의 일정비율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기준가격은 도매시장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생산비용과 수급상황을 고려, 가격안정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하고 있다. 가격안정위원회의 구성은 생산자단체가 1/3의 비중을 차지하도록 했다.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에 미달할 경우 지급하는 차액보전 비율, 대상품목 등도 가격안정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다만 가격안정제가 시행되는 품목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대상 면적은 해당 품목의 기준연도에 재배한 면적에만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민주당은 가격안정제 입법 논의 과정에서 2020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연구에 제시된 가격위험완충제도(이정환 외)를 인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벼, 콩, 건고추, 마늘(난지), 양파, 대파, 봄감자, 고랭지배추, 가을배추, 가을무, 양배추, 애호박, 들깨, 참깨, 고구마, 쌀보리 등 16개 품목이 대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산물가격안정제가 제도화되려면 쟁점과 검토과제가 여럿 있다.

우선 어떤 품목, 몇 개 품목에 대해 시행할 것인지, 기준가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은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인지, 보전 비율을 몇 %로 할 것인지가 큰 관심사다. 이는 예산 규모와 그 확보 방안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품목 쏠림, 생산과잉은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수입안정보험이나 채소가격안정제 등 다른 정책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도 검토 사항이다.

기준가격만 해도 매우 민감한 쟁점이다. 민주당이 추진해온 농산물가격안정제는 기준가격을 도매시장 평균가격, 즉 평년가격을 기초로 하되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는 것으로 돼 있다.

서진교 원장은 “민주당이 인용한 농특위 GS&J 인스티튜트의 연구는 평년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게 중요한 전제였다”면서 “정부는 기준가격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경계하고, 농가는 평년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수입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농민 입장에서는 농가 경영안정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없이 평년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하는 방식을 수용하기 어렵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수입 확대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기준가격을 평년가격으로 하면 기준 자체가 낮아 하락분을 제대로 보전받지 못한다”면서 “생산비는 급등하고 가격은 하락하는데 적정 기준 가격이 제시되지 않으면 농가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해대책·재해보험법 개정
재해복구비 지원단가 현실화
비보험 작물 피해보전 담아
불합리한 ‘보험료 할증’ 개선
보상범위 확대·보상률 강화도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농업재해 국가책임제’는 농업재해피해복구비 지원단가 현실화와 작물 생산비용 지원, 자연재해 보험료 할증 배제 등 농민들이 요구해 온 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이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재해 이전까지 생산에 투입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최대한 보조 △지원단가를 실거래가 수준으로 결정 △농어업재해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비보험 작물의 재해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대책(비보험 품목 피해보전)이 들어 있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그동안 농민들의 원성이 높았던 농작물재해보험의 보험료 할증 문제 개선이 기대된다. 개정안은 불가피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할증 적용을 배제하고, 농어업인의 피해경감 노력 불이행에 따른 할증만 적용하는 것이다.

또 보험심의회 심의 대상에 농어업재해 피해율의 산정을 포함하고, 기후위기에 따른 재해보험 목적물의 확대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으며, 심의시 농림축산업단체의 의견을 듣도록 의무화했다. 대선 공약집에는 할증 최소화 및 국가지원 확대, 보상범위와 보상률 강화를 약속했다. 거대재해 발생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시 기후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있다.

▲필수농자재 국가지원법
농가 생산비 부담 경감위해
일부 지자체서 조례 시행 중
필수농자재·에너지값 급등시
가격인상분 국가 지원 명시

필수농자재 국가지원제 도입도 큰 관심사다. 최근 생산비 폭등에 따라 농민들은 정부에 농자재 및 에너지 비용 지원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외면당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필수농자재 구입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 시행 중이지만, 지자체 재원의 한계, 지원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농민간 소득격차 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공약집에는 ‘생산비 급등에 따른 필수 농자재 국가지원제 도입’으로 언급됐다. 그 내용은 비료· 사료값 상승, 유가·전기료 급등 등 농업 생산비 급등에 의한 가격 인상분 일부지원, 통합형 농자재 지원사업 추진(현금성 지원방식, 농자재보조사업 통합) 등이다.현재 국회 농해수위에 제출된 필수농자재 지원 법률안은 6개다. 법안에 따라 비료, 퇴비, 비닐, 농약, 사료, 유류, 전기료 등 필수 농자재 비용 지원, 인건비, 고용보조금, 설비투자 자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수입안정보험 병행
중소농 많은 농업 구조 고려
가격안정제 ‘기본안전망’ 역할
보험은 농가 특성 따라 선택
정책 수단간 조화방안 찾아야

지난 정부가 농업 4법을 거부하면서 내놓은 수입안정보험은 향후 새 정부에서 가격안정제와 병행 추진될 전망이다. 공약집에는 ‘주요 농산물의 가격안정제 도입, 수입안정보험과 병행해 농가 경영안정’으로 표현됐다. 이와 관련 송원규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정책센터 소장은 “생산 불안정의 심화 속에서 농가소득(경영) 안정의 방안으로 가격안정제와 수입안정보험의 조화로운 작동방안과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부터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본사업이 시행된 수입안정보험은 농가가 보험료를 납부하면 자연재해나 시장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일부를 보전하는 보험이다. 전체 15개 품목 중 전국 대상 본사업 품목은 마늘, 양파, 양배추, 포도, 콩, 감자(가을), 고구마, 옥수수, 보리 등 9개 품목이다. 쌀, 단감, 무(가을), 배추(가을), 복숭아, 감귤(만감류), 감자(봄ㆍ고랭지) 등 6개 품목은 시범사업으로 주산지에서만 시행한다.

그런데 수입안정보험은 본 사업 품목이 9개, 6개 품목은 시범사업이어서 많은 품목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 본사업 9개 품목마저도 가입률 목표가 면적 대비 최대 25%에 그쳐, 나머지 75%는 사각지대로 남는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와 논쟁 과정에서 “중소농이 많은 우리 농업구조 고려시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 안전망인 가격안정제를 갖추지 않고 보험제도만 도입할 경우 대농 위주의 양극화만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가격안정제를 주장해 왔다. 대선 공약집에는 일단 수입안정보험과 농산물가격안정제를 병행 추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도 가격안정제와 수입안정보험은 병행되는 게 농가별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다층적 경영 및 소득안정망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했다. “쌀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가격안정제도와 올해 처음 도입된 수입안정보험제도는 근본적으로 수혜자격, 대상품목, 손실보상 수준 및 방식 등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요 품목에 대해 가격하락 혹은 수입손실 대응 직불제(가격손실보전제도 PLC, 수입보전직불 ARC), 농작물보험(수량보험과 수입보험), 그리고 농업재해지원제도를 농가 경영 및 소득위험 관리의 핵심 정책수단으로 하고, 이들 수단 간의 조화로운 연계 방안을 찾아 정책 효과를 극대화해 나가고 있다.

임 교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일부 주요 기초 농산물에 한해 수혜자격과 지급한도를 정해 연도별 가격과 수입을 안정화하는 대책으로 정립하고, 수입안정보험제도는 지원자격이나 지급한도에 대한 제한 없이 농가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농장 특성에 맞게 보험료를 내고, 보험상품과 보장 수준을 선택하는 장치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기본안전망이 되고, 필요한 농가는 수입안정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재해대책법과 재해보험법이 개선되면 경영안정 장치가 좀 더 촘촘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려는 없나
"정부 사후적 시장개입 한계"···정책 효과 두고 '이견'

가격안정보다 소득안정 목표
농가 규모와 특성에 따라
‘경영체 단위’로 접근 의견도

반면 농가 경영안정은 가격보다는 수입과 소득을 안정시키는 방식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어, 향후 이에 대한 토론이 더 필요해 보인다.

유찬희 박사는 “경영 및 소득안정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가격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가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생산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신호를 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 박사는 “목표가격을 설정하는 방식은, 과거 변동직불제와 비슷하게 흉작 등의 이유로 가격은 높아져도 수입은 적은 시기에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면서 “농가 경영을 안정시키고자 한다면 수입안정보험에 힘을 싣는 방향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두 제도를 병행할 수도 있겠지만, 가격이 떨어질 때 일정 부분을 보전하는 제도가 있으면 자부담이 있는 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줄어 수입안정보험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봤다.

유 박사는 “주요 농산물 가격 보장, 가격 안정제, 보험 제도 확대 등은 모두 경영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제도를 운용할 수는 없다”면서 “수입과 소득을 지지하는 방식을 경영 안정수단의 핵심으로 삼되, 이와 별개로 경영비 부담과 기후 위기 위험에 대응하는 재해보험 현실화 및 필수농자재 지원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도 “가격 자체를 사후적으로 안정화하는 정책은 정책대상, 재원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가격 안정화 정책은 수준을 너무 높게 잡거나 가격변동 허용범위를 너무 좁게 잡으면 정부가 지나치게 자주 개입하게 되고 그 효과도 의도한 바와 어긋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수요 구조의 변화에 대한 생산의 반응이 둔화되며, 이것은 생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재정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 교수는 ‘품목별’이 아니라 ‘경영체 단위’의 소득 안정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경영 안정은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가격’ 안정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전업적 규모화된 농가를 대상으로 수입 또는 소득안정화를 통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선택적 직접지불제의 강화를 통해서 안정적 수입 확보의 가능성을 제공해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필수농자재 지원과 관련해서도 “저투입, 친환경 생산을 지향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랍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정 확보’가 최대 관건···집권 초 대통령이 힘 실어야

▲문제는 정책 실현 의지와 예산 확보다
반대 표명해 온 재정·농정 당국 설득 ‘숙제’
재정변동성 감안 ‘법정의무지출’로 전환을

농산물 가격안정제, 재해 국가책임제, 필수 농자재 국가지원제가 도입된다면 농가 경영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실현되려면 상당한 재정소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안정제의 경우 16개 작물에 적용시 연평균 7.7개 작물에 발동돼 연평균 1조30억원, 최대 1조236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필수농자재 지원법에 따른 재정 소요 추계 금액은 제정안별로 2조8751억원~9조6374억원 규모다.

물론 필수농자재 범위를 좁히면 예산은 줄어들 것이다. 재해대책과 재해보험 개선, 수입안정보험 확대시에도 적잖은 재정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재정 부담을 이유로 한 정부의 농산물가격안정제 반대에 대해 1조원의 비용은 기후위기 시대 꼭 필요한 사회적 비용이고, 예산 소요액은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고 반박해 왔다. 수급조절 사업으로 적정가격 유지시 예산 감소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농가당 농업보조금 규모는 2023년 기준 주요 선진국 대비 11.8~33.9%에 불과하고, 농업직불금의 경우 24.2~33.5%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 국회 입법과 예산 확보 과정에서 농정관료들과 재정당국이 순순히 이를 원안대로 받아들일 리 없다. 그러므로 공약을 이행하려면 정부, 특히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수미 소장은 “그동안 농식품부와 재정당국이 반대해 온 것이나, 적지 않은 재정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통령이 나서서 제도 도입과 예산 반영을 지시해 힘을 실어 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안정제, 농작물재해보험, 재해지원제도 등 중요 정책은 기존처럼 1년마다 예산을 정하지 말고 일정기간 동안 필요에 따라 기준을 충족하면 재정을 지출하는 법정 의무지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법정의무지출 방식이란 법령상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재정이 지출되고,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재정이 지출되지 않는 방식이다. 연도별 재정변동성이 큰 사업에 적합한 재정지출 방식이다.

임정빈 교수는 “농가의 경영위험지원정책 속성상 연간 재정지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주요 농산물에 대한 가격안정지원제도 △농작물보험제도 △농업재해지원제도는 1년 예산주의가 아니라 법정 의무지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형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농업 민생 4법과 필수 농자재 지원법, 이미 많은 논의가 있어 왔지만, 앞으로 입법화·정책화 과정에서 현장 농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농업을 살리겠다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다. 농업을 살릴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