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시렝서 열린 ‘트럼프 2.0시대 농업 통상의 새로운 대안 모색-쌀 의무수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선 쌀 의무수입에 따른 문제점과 함께 감축·철폐 시 경제적 이득 등이 집중 조명됐다.쌀 의무수입물량(MMA)이 국내 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야기하고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감축·철폐하는 것이 농업 문제 해결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식량안보를 중시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차기 정부가 MMA 문제를 10대 국정 과제로 포함시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 같은 제언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트럼프 2.0시대 농업 통상의 새로운 대안 모색-쌀 의무수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진보당 농민당·전국먹거래연대·더불어민주당 이원택·문금주 의원·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공동 주최했고, 전종덕 의원실이 주관했다.
#MMA 감축·철폐가 국내 농업과 경제에 더 효과적
매년 쌀 40만8700톤 의무수입
직간접 비용 연간 8500억 달해
“재협상 없는 협상이 어디 있냐”
50% 감축 시 3000억 절감 가능
이날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쌀 의무수입 물량 감축 및 철폐를 위한 재협상 전략(AI 기반)’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MMA가 초래하는 다층적인 문제를 짚으며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재협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매년 40만8700톤의 쌀을 의무 수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쌀 가격 하락과 농가 소득 감소 △쌀 재고 과잉과 정부 재정 부담 △식량 자급률 저하와 안보 위협 △농촌경제 위축 및 사회적 파급 △소비자 선택권과 품질 저하 △국제 무역 갈등과 협상력 약화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 교수는 “AI 기반의 경제모형 분석 결과, MMA를 감축하거나 철폐할 경우 오히려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농업은 물론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AI 분석 시스템인 딥시크(DeepSeek)를 활용한 분석에 따르면 현행 MMA 체제를 유지할 경우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수입쌀 구매 및 물류·관리비와 함께 농가 소득 감소분 3000억원, 정부의 비축미 관리비 500억원 등 직간접 비용이 8500억원에 달한다. 반면 MMA를 50%(20.4만톤) 감축하면 수입쌀 구매 및 물류·관리비용이 3540억원으로 줄고, 수입국 보상비용 약 950억원, 국내 농가지원 약 1500억원(품목전환 보조금 1000억원·직불금 강화 500억원) 등을 포함해 연간 약 6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계산했다. 이러한 결과는 챗GPT와 그록(Grok) AI를 활용한 병행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도출됐다.
이 교수는 “감축 목표를 50%, 75%, 100%(철폐)로 설정하고 이를 단기·중기·장기 등 최대 10년에 걸친 시계열로 재배치해 협상 전략을 수립했다”면서 “단계별 비용·편익을 분석한 결과, 초기에는 비용이 증가하지만 5년 후부터는 연간 3000억원 이상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역사적으로 재협상이 없는 협상은 없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하면 손해’라는 식의 고정관념에 갇혀 손을 놓고 있다”며 “설령 감축·철폐 과정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현행 유지와 비교하면 손해가 아니다. 국민에게 감축·철폐가 더 경제적이면서도 우리 농업의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한 재협상은 다자·양자 간의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이 교수는 “다자는 WTO 플랫폼에서 진행되는데 이때 (MMA 감축 의사를 밝힌) 일본 등과의 공조도 시도해볼 만하다”며 “양자의 경우 중국은 기술협력과 제조업 양허, 미국은 현금보상과 에너지 양허, 베트남·태국은 ODA(공적개발원조), 호주는 자원(철광석 등)과 서비스 분야 협력 등 각국별 맞춤식 대응 전략도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참석자들 단체 사진.#농업 통상문제, 차기 정부로 넘겨야
대행체제서 농업 통상 접근 우려
차기 정부가 책임감 있게 해결을
토론회에선 쌀 등 농산물 통상문제는 50일도 채 남지 않은 현 정부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차기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랐다. 당장 4월 셋째 주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통상 협상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농산물 관세 문제 등이 논의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해영 교수는 “우리 농업과 경제에 심각한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역협상을 50일도 채 남지 않은 현 정부에서 해선 안 된다. 특히 MMA 감축·철폐 문제는 식량안보의 중요한 이슈이기에 차기 정부에서 적어도 10대 국정과제 안에 담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회와 농민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중 토론으로 참석한 외교통일위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 대행 정부 체제에서 미국과 딜이 이뤄지면 안 된다. 시간적으로도 매를 빨리 맞으면 안 된다”며 “현재 정부는 MMA 감축·철폐에 대한 의지가 없다. 우선 국회가 대응하면서 농민들이 힘을 실어 차기 정부가 식량안보와 경제적 손실 관점에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종덕 의원도 “농업 통상 문제를 식량안보, 식량주권 문제로 인식해 새 정부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농업 통상 문제가 논의되면 안 된다”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도 관련 대응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