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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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농민신문]산불피해에 턱없이 부족한 ‘재난지원금’…“농민이라는 게 서러워”2025-04-22 09:54
작성자 Level 10
현실과 동떨어진 산불피해 보상 

항목별로 제각각인 보조비율 
농기계 보조율 35%…가장 낮아 
농가당 지원금 5000만원 한도 
“당장 생계 막막…재기엔 역부족” 
“보조율 상향·보상 현실화 시급”
경북 북동부를 덮친 초대형 산불로 농작물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경북 의성군 단촌면 마늘밭의 마늘잎이 타들어가고 있다. 마늘 대파대는 지원 보조율이 50%에 불과하다.

“재해·재난 지원금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 완전히 앗아간 삶의 터전을 재건하고 농사를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제대로 지급돼야 합니다. 국가의 재난 지원이 다시 일어나려는 농민의 희망과 의욕을 북돋진 못할망정 꺾지는 말아야죠.”

경북 북동부 5개 시·군을 덮친 초대형 산불로 농업피해가 막대한 가운데, 복구비 등 정부 재난지원금의 지급 기준이 현실과 동떨진 데다 피해농가의 영농 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일고 있다.

경북도와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는 ‘사회적 재난’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에 따라 농업복구비와 생계비 등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

복구비는 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으로 나뉜다. 직접 지원 항목은 농약대와 대파대, 가축 입식비, 농업시설과 농기계 보상이다. 항목별로 보조비율이 다른데, 농약대는 전액(보조비율 100%)을 지원한다. 과수의 경우 1㏊(3000평)당 276만원, 채소류는 218만원, 인삼은 368만원이다.

대파대는 과원이나 밭 피해가 심해 작물을 다시 식재해야 할 경우 주는 지원금으로, 보조율은 50%다. 사과 과원의 경우 기준금액(묘목 기준)은 1㏊당 1766만원으로, 농가 지원금은 기준액 절반인 883만원이다. 마늘은 527만원 정도다. 비닐하우스·농막·농기계는 지원금 보조율이 35%로 더 낮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르면 현행 트랙터 1대(45∼60마력) 기준가격은 1545만원으로, 이 금액의 35%인 540만7500원만 지원된다. 보상 기종도 트랙터·콤바인·스피드스프레어(SS기) 등 11종에 불과하다.

이에 산불 피해농가들은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과농가 정희호씨(56·경북 안동시 길안면 구수리)는 “지원 기준단가가 너무 낮아 농업 현실과 괴리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 비율이 항목에 따라 다른 것도 문제”라면서 “예기치 못한 재앙으로 평생 일군 삶의 터전과 생계수단이 한순간 잿더미가 된 주민과 농민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농가들이 지적하는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지원 대상 금액 한도가 농가당 최대 5000만원이란 것이다. 경북지역에선 주택과 저온창고, 각종 농기계 등이 완전히 불탄 농가가 많지만 이들 농가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금액은 5000만원이다.

피해농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과와 양봉을 하는 남윤진씨(65·구수리)는 “평생 일군 농장과 집이 절단이 났고, 당장 생계가 막막한데 나라에선 고작 지원금 몇천만원에 시혜를 베풀 듯 위로금을 얼마 더 준다는데, 이렇게 줄 바엔 차라리 안 주는 게 낫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농민이라는 게 너무 서럽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북도는 재해 복구비 보조율 상향과 단가 현실화를 중앙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또 농기계의 경우 보상 대상 기종을 현행 11종에서 농기계가격목록집에 등록한 모든 농기계로 확대해줄 것을 긴급 건의했다.

서지명 경북도 스마트농업혁신과 팀장은 “현행 제도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한 상태이고, 초대형 산불 피해 복구 및 지원 특별법 제정도 논의하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본격적인 영농철에 들어서는 만큼 농사에 필수적인 농기계에 대해서라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국비 보조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농가의 영농 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필 농촌살리기 현장 네트워크 이사장(전 농식품부 장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엔 재해 복구와 피해농가 구제에 대한 국가·지자체의 책임과 책무가 규정돼 있지만 지원금과 기준은 실제 피해농민의 피부에 전혀 와닿지 않을뿐더러 농업·농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복구란 말은 재해·재난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을 말한다”면서 “재난과 재해가 일상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 복구 지원 체계를 서둘러 손보고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