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장안면 장안뜰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찬규씨(오른쪽)가 모내기철 양수기를 이용해 논에 물을 대려고 굴착기를 불러 수촌천 일부를 준설하고 있다.“남양호가 옆에 있는데, 매년 모내기철만 되면 논물 걱정에 잠을 못 잘 정도이니 이게 말이 됩니까.”
경기지역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로 꼽히는 화성 장안면 일대 간척지 250㏊ 규모의 ‘장안뜰’ 논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0여㏊가 봄철 심각한 용수 부족을 겪고 있어 농가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화성시와 한국농어촌공사, 장안면 농가들에 따르면 화성 남양호 상류 수촌천 지류를 끼고 있는 장안면 독정리와 수촌리에서는 1973년 남양호 준공 이후 경지 정리가 잘된 덕분에 남양호에서 장안 양수장을 통해 공급된 물로 큰 불편 없이 벼농사를 지어 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농수로에 토사가 쌓이고 물이 새는 곳이 늘면서 1990년대부터 물 부족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장안 양수장에서 물을 보내도 농수로에 모이는 양이 적다보니 봄 모내기철만 되면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물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물 흐름을 놓고 다투는 일이 잦다고 농가들은 말한다. 특히 수로가 끝나는 말단지역에서는 “물 구경조차 힘들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손모내기 때와 달리 기계영농으로 모내기 시기가 1∼2주 사이로 몰리면서 대량의 농업용수가 한꺼번에 필요해 용수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농가들은 물 부족문제를 해결하고자 개인 양수기를 이용해 수촌천에서 200∼300m 떨어진 논에 직접 물을 대고 있다.
장안뜰에서 23㏊(7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김찬규씨(65)는 “모내기철에 용수로에서 물을 받으려면 3일 밤을 새도 논에 물이 안차 양수기 22대를 며칠간 돌려야 한다”면서 “이곳에서는 모내기철마다 물을 퍼올리느라 농가들이 설치한 수십대의 양수기가 동시에 돌아가는데, 전기료만 해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농가들은 한국농어촌공사와 화성시에 물 부족 해결 방안으로 독정리에 간이 양수장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과 관할권 문제 등으로 협의가 되고 있지 않다. 이에 최근 화성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위원장 임채덕)는 관계자들을 초청해 ‘장안뜰 농업용수 부족현상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임채덕 위원장은 “물 부족으로 농민들이 20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데도 해결에 진척이 없어 간담회를 마련했다”며 “농민들이 요구하는 독정리 간이 양수장 설치에 필요한 예산 규모를 검토한 결과 10억∼20억원 수준에 불과했으며, 간담회를 통해 농어촌공사와 시에서 장안뜰 용수난 해결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