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대규모의 지속적인 연간 미국상품 무역적자에 기여하는 무역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상호관세로 수입 규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UPI연합뉴스미국이 한국 등 57개 무역 상대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9일(현지시각) 전격 발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2일 각국에 적용할 상호관세율을 발표하면서 미국산 쌀에 대한 한국의 관세를 언급했다. 쌀문제가 향후 미국과의 통상 의제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자 국내 쌀농가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3개국의 쌀 관세를 불공정한 무역관행 중 하나로 짚었다. 한국에 대해선 “수입 쌀에 50%에서 513%까지 부과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현재 한국은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쌀을 수입하고 있다. TRQ 전체 물량은 40만8700t으로, 미국·중국·베트남·태국·호주 등에 배정하는 국별 쿼터(CSQ)와 함께 글로벌 쿼터를 운용한다. 이 중 미국의 쿼터 물량은 올해 기준 13만2304t으로 전체 TRQ 물량의 32.4%를 차지한다. 쿼터 내 물량에는 5%, 초과 물량에는 513%의 관세를 적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수입 쌀 관세 하한(50%)은 TRQ에 물리는 5%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미국쌀협회(USA Rice)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USA Rice는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중국의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65%)와 일본의 쌀 수입업자에게 부과되는 마크업 비용(1t당 6만1000엔), 그리고 한국의 TRQ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실제 2일 바비 행크스 USA Rice국제무역정책위원장은 “상호관세가 불공정한 시장들과의 미래 협상에서 의미 있는 시장 접근을 추구하고, 이러한 시장이 불공정한 이점을 얻고자 시행하는 일부 보호무역조치를 해결하는 레버리지(지렛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향후 쌀 협상의 단초가 되기를 희망했다.
미국 정부도 이같은 산업계 움직임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미국 대통령 직속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3일 USA Rice를 대상으로 올해 3월 발표한 ‘쌀-글로벌 경쟁력과 무역 및 미국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USITC는 보고서에서 미국 쌀 수출 확대 전략 중 하나로 ‘일본의 TRQ 수입 확대’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등 동아시아를 수출 유망시장으로 지목했다.
미국이 쌀을 주요 의제로 들고 나오면서 국내 쌀농가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상호관세 협상에 나설 경우 미국에선 쌀 수입 관세 인하 또는 TRQ 수입 물량 확대 등을 요구할 공산이 커서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미국에 쌀 TRQ를 많이 양보했는데, 더 확대하라는 것은 국내 농가들이 수용할 수 없다”며 “이상기후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정적인 식량자급률을 확보하기 위해 쌀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