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점곡면 동변리에 있는 사과밭이 산에서 옮겨붙은 불로 완전히 타버렸다. 유건연 기자열흘간 산림 4만8000여㏊를 태운 초대형 산불로 인한 당장의 피해도 문제지만 직장이나 다름없는 영농 터전이 소실된 농민들의 절망감이 심각하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농민의 생산기반 복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월30일 기준 산불로 인한 농작물 피해규모는 1555㏊에 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피해규모가 방대해 15일 이후에나 정확한 수치 파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임업후계자협회는 경북지역 임업 피해면적이 2400여㏊, 금액으로는 100억원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피해 집계가 회원 일부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어서 실제 피해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임업계는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재산 피해도 문제지만, 생산기반 붕괴에 따른 소득원 상실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가 심한 과수원은 불탄 나무를 모두 제거하고 새로 나무를 심을 경우 4~5년은 지나야 수확이 가능한 형편이다. 고추·마늘 등 다른 품목도 저장시설이나 농기계 등의 피해가 커 생계 구호에 초점을 맞춘 재해복구비로는 재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이로 인해 농민단체들은 피해농가의 생산기반 복구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일 성명을 내고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이재민의 생계·영농 안정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조속한 추경 편성을 촉구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도 같은 날 성명에서 “봄철 영농 준비에 직격탄을 맞은 피해농민에 대해 영농 재개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산불 탓에 저하된 농업생산성을 끌어올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산지 풍비박산에 따른 농산물 수급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범진 한농연 정책조정실장은 “추경 과정에서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무기질비료 가격보조사업 등의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업계에선 생산기반 소실로 임업직불금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직불금을 받기 위해선 임산물 판매액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산불로 임산물 생산이 불가능한 임가는 판매 실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대현 임업후계자협회 경북지회장은 “이번 산불로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지급 중단을 유예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피해로 산림경영이 불가능해져도 올해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식품부는 2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산불 피해율이 50% 이상인 경우 생계비 187만원(4인가구 기준)과 학자금 100만원(한 학기) 등을 지원하는 ‘산불 피해지역 농업인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농축산 경영자금은 상환을 유예하거나 이자를 최대 2년간 감면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