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상추·고추·토마토 등 시설작물 경락가 하락세 지속 “생산비도 못 건지는 상황, 시장 출하할수록 손해” 현장 농민들, 그저 ‘물가 잡기’에 혈안된 정부 규탄 지난 11일 전라북도 익산시 망성면 내촌리 일원의 상추 재배 시설하우스에서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갑 열릴 상황이 아니다 보니 농산물도 가격 형성이 제대로 되질 않는 실정이다. 식당 소비가 확 줄었다고 하던데 당연한 수순 아닌가 싶다.”
최근 혼란한 정국 속 소비가 둔화하며 농산물 가격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지방공영도매시장에선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거래 분위기조차 형성되지 않아 반입물량이 감소하는 등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가 하면 식당 등 외식 소비가 주를 이루는 품목들을 재배 중인 농민들은 소비 둔화에 따른 가격 하락이 체감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대표적으로 상추·고추·토마토 등 시설작물 경락가가 전·평년 대비 하향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상추의 경우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농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1주차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상추 포기찹(4kg 단위) 상품 평균가격은 9356원에 불과했고, 이후 가격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대부분 전년 혹은 평년 수준에 미치지 않아 농민들은 겨우내 마이너스 농사를 지속 중인 실정이다.
상추 주산지인 전북 익산에서 지난 11일 만난 맹상길 망성농협 상추공동선별출하회장은 “지난겨울 기후가 온화해 생산량이 일부 증가한 영향도 있겠지만 가격 하락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위축된 소비 시장이다”라고 밝힌 뒤 “20년 가까이 상추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처럼 가격이 안 나온 적은 없었다. 소비 분위기가 형성되질 않다 보니 농민들도 주머니를 꼭꼭 닫는데 도시 소비자들이라고 다를 바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맹상길 회장은 “예를 들어 4kg 포기찹 상추 한 상자 경락가가 8000원이라고 하면 박스값, 운송비, 수수료 등 제하고 농가 손에 5000원 정도 남는다. 고용한 인력이 많아봤자 하루에 15상자 정도를 작업하고 이 경우 수익은 7만5000원인데,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력 인건비가 9만원이고 하루 단위로 쓰는 인력의 인건비는 12만원에 달하니 다른 생산비 따질 필요도 없이 적자인 것이다”며 “평균가격이 1만5000원은 돼야 적자 농사를 면할 수 있다. 인건비뿐만 아니라 다른 자잿값이 모두 상승한 것까지 따지자면 그 이상이어야 농민들도 먹고살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같은 지역에서 상추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민 김양순씨도 “그야말로 경기 침체가 체감되는 요즘이다. 보통 겨울엔 가격이 잘 나오는데 올해는 소비가 뒷받침 안 되다 보니 연말·연초에 특히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며 “실제로 올해 상추가격(4kg 기준)이 1만원을 넘긴 경우가 별로 없었다. 매일 영농일지를 쓰는데 지난해엔 2만4000~2만5000원 나왔다면 올해는 같은 때 가격이 8000~9000원밖에 안 나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적자가 분명한데 또 수확을 안 할 수도 없다 보니 시장에 출하하며 적자 폭만 키워 가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정부에선 대책이란 걸 내놓기는커녕 가격 오른 몇 개 품목의 가격 떨어뜨리기밖에 관심이 없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한편 상추뿐만 아니라 청양고추, 토마토 등도 최근 낮은 가격대를 지속 중이다. 특히 청양고추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전·평년에 못 미치는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가락시장 반입물량이 평년 대비 줄었음에도 3월 1주차 청양고추 경락가는 10kg 상자 평균 7만8022원으로 전년 17만9853원, 평년 10만7714원 대비 각각 57%, 28%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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