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작용 무기질비료의 농민 판매 기준가격이 7일부로 평균 5.9% 올랐다. 환율이 뛰고 국제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정부의 무기질비료 보조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농민은 당장 20㎏들이 비료 한포대를 구매할 때 전년 대비 3000∼4000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하루속히 편성해 농가 영농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올해 수도작용 무기질비료의 농민 판매 기준가격은 평균 1만6491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1만5572원)와 견줘 5.9% 상승했다. 전체 가격 인상률은 5.9%이지만 제품별로 차이는 있다. ‘21복합비료’는 지난해 1만7100원이었지만 올해 1만8250원으로 6.7% 상승했다. ‘칼리맞춤 10호’는 1만6050원에서 1만6900원으로 5.3% 인상됐다.
문제는 농민 실부담액이 5.9%가 아니라 그보다 4배 이상 많은 25%가량으로 급등한다는 데 있다. 올해 비료값 인상분 가격 보조 지원사업 예산이 0원으로 최종 확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0일 국회 본회의에선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및 수급안정 지원사업’엔 예산이 한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원자재 수급과 환율 여건을 들어 15%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올 1월 기준 주요 국제 원자재값은 지난해 5월 대비 평균 16.8% 상승했다. 특히 요소·인산이암모늄(DAP)·염화칼륨은 각각 35.1%·20.9%·20.2% 치솟았다. 환율은 6.4% 올랐다. 농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12월말부터 비료업체와 50회가 넘는 입찰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업계 요구 수준보다는 인상폭이 대폭 낮아졌지만 농가 부담 증가는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농민은 ‘21복합비료’ 한포대를 구입할 때 정부 보조금(2450원)을 적용받아 1만4650원(1만7100원-2450원)만 내면 됐다. 하지만 올해는 비료값 자체가 1만7100원에서 1만8250원으로 1150원(6.7%) 인상됐고, 정부 보조금마저 사라지면서 1만8250원을 고스란히 지불하게 된다. 농가 실제 구매가격은 1만4650원에서 1만8250원으로 3600원(24.6%) 상승하게 됐다.
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신관에서 열린 ‘비료공급 자문위원회’에서 업계·농민단체 관계자들이 추경 편성을 통해 농가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 이유다. 권병렬 풍농 이사는 “중국의 DAP 수출 규제와 이란의 요소 생산량 감소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며 “올 1분기 생산 물량에 필요한 원료는 확보해뒀지만 2분기부터는 환율·원자재값 상승으로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도길 비료공급자문위원장(경북 경산 용성농협 조합장)은 “정부·농협·업체가 농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반드시 추경을 통해 비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규원 농협경제지주 자재사업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비료값이 폭등했을 때 ‘사후정산’을 통해 정부·농협이 지원한 사례가 있다”며 “분기별 가격 연동제로 비료값을 관리하고 국회 대상 설명에 나서는 등 농가 부담 경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영농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태섭 농림축산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장은 “3% 저리로 업체의 비료 원자재 구매자금을 빌려주는 ‘무기질비료 원료 구매자금’은 지난해보다 1000억원 증액한 5000억원을 확보했다”며 “농협 등과 협조해 추경이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가격 인상이 점쳐졌던 농약 계통 판매가격은 0.5% 인상에 그쳐 사실상 동결됐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당초 농약 제조사는 환율·원가 상승으로 4%대 인상을 요구했지만 농가경영 안정을 위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며 “농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비선택성 제초제 72개 품목은 평균 2.4% 내렸다”고 밝혔다. 올해 계통 공급 농약 품목은 종전보다 136개 늘어난 1691개고, 예약 신청규모는 9071억원으로 지난해(8318억원) 대비 9%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