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농업·농촌 4대 구조개혁’ 세부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쌀농가에서는 벼 재배면적 감축이 급격하게 추진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을 우려하는 기색이 짙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3일 내놓은 ‘2025년 주요 업무계획’에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올해 각 광역자치단체에 벼 재배면적 총 8만㏊를 감축하도록 배정해 쌀값 정상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쌀값 안정화를 위해 전체적인 재배면적 조정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감축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쌀전업농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정책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쌀값이 오르면 정부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 쌀 물량 확대 등의 가격 하락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정부 정책에 따라 재배면적 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농가는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쌀생산자협회도 급격한 재배면적 감축이 기후위기 상황에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청나 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일본이 지난해 자연재해 등으로 쌀 생산량이 5%가량 감소하면서 쌀 품귀 현상을 겪었다”며 “재배면적이 줄어들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공급량 부족에 시달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쌀농가의 소득 보장방안도 문제가 됐다. 쌀전업농은 쌀농가가 재배면적 감축으로 줄어든 소득을 타작목 재배로 메워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작목으로는 완전한 소득 대체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략작물직불금이 지원되는 품목 중에서 조사료는 단가가 낮고, 가루쌀(분질미)·논콩 등으로 전환 수요가 몰리면 해당 품목은 생산량이 급증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쌀전업농연합회는 감축 인센티브로 거론되는 직불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관련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인 만큼 현장 농가와 소통을 강화해 단계적으로 재배면적을 줄여나가는 방향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한편 쌀생산자협회는 감축 계획과 관련해 의견수렴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극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 정책위원장은 “논의 과정에서 농민단체 대상으로만 의견수렴이 진행돼 대부분의 농민은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이번달부터 실제로 감축이 추진되면 현장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쌀생산자협회는 재배면적 감축보다 수입 쌀의 사용처를 변경하는 방안이 쌀값 안정화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엄 정책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수입 쌀의 70% 이상을 사료용이나 해외 원조용으로 사용한다”며 “우리나라도 대부분 주정용과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수입 쌀을 사료용과 해외 원조용으로 전환하면 재배면적을 줄이지 않고도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