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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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어민신문]연초부터 전국 각지 청년·후계농 ‘비명’2025-01-10 18:12
작성자 Level 10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상반기 후계농 육성자금 배정
본지 9개도 실태조사 결과
합격률 26%, 총 2800여명 탈락

자금 배정 선착순→선별로 변경
연체·부실 우려 이유 댔지만
예산 부족에 따른 ‘고육지책’

“예산이 없으면 안 뽑았어야죠. 청년농 3만명 육성이라는 숫자는 대통령 공약이니까 무조건 채우고 싶고, 더 줄 예산은 없고. 올해도 상반기 3000명, 하반기 2000명 뽑겠다고 안내가 나오던데, 뽑아서 어떻게 하게요? 추가 피해자 모집하는건가요.”(전북 정읍·2024년 청년후계농 선정자)

대통령 공약을 이유로 선정 인원을 대폭 늘려놓고, 자금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엔 실패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연초부터 전국 각지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는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이야기다.

본지가 지난 9일 전국 9개도의 올 상반기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배정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이번에 자금을 신청한 3796명 중 선정된 인원은 996명에 그쳤다. 합격률 26.3%. 총 2800명의 청년·후계농이 심사에서 탈락,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은 정부가 신규 농업인력 육성을 위해 선발한 청년농(만 40세 미만)과 후계농(만 50세 미만, 영농경력 10년 미만)을 대상으로 장기 저리의 영농자금(농지·시설 등)을 융자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영농진입 초기 높은 투자 부담과 창업 후 단기간내 정착이 어려운 농업 특성을 감안, 연 1.5% 고정금리, 5년 거치 20년 균등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선발 후 5년이내 상시 신청이 가능한 정책자금이다. 물론 실제 농협 대출까지는 쉽지 않은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청년·후계농에 선발이 되면 당연히 부여되는 혜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6일, 갑자기 농식품부가 그동안 ‘선착순’으로 이뤄지던 자금 배정을 배정신청서 작성·평가 후 ‘선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자금 신청도 상·하반기로 나눠 받기로 했다. ‘높은 자금 수요, 사업계획 부실로 인한 연체·부실채권 발생 우려’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사실 ‘예산 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지난해 후계농 육성자금 신규 대출 규모가 8000억 원일 때도 자금 조기 소진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올해는 6000억 원으로 2000억 원이나 더 줄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청년·후계농들은 정부의 이같은 ‘선별’ 지원 방침은 자금 미배정의 책임을 청년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사업계획이 부실해 파산이 우려되니 한 번 더 면밀히 보겠다고요? 평가항목이나 내용이 기존 청년후계농 선발 당시 제출 서류와 동일한 수준인데, 그럴거면 애당초 자격 미달 인원은 선정을 하지 말았어야죠. 그리고 그 많은 인원을 서류만 보고 평가하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어차피 담보가 없거나 상환계획이 부실하면 농협 대출심사 과정에서 다 잘려요. 그냥 정부가 예산이 없으니 아예 은행 문턱에도 못 가게 막는거잖아요. 게다가 이번에 피해사례를 보면, 농신보 보증 받고 농협 대출 담당자 확인도 받았는데 탈락한 분도 계세요. 결론은 예산 부족인데, 너희가 점수가 부족해서 그렇다, 저희 탓을 하려는거죠.”(충남 예산·2023년 선정자)

예상치 못한 자금 배정 탈락으로 피해가 속출하자, 혼자 속앓이를 하던 청년·후계농들이 알음알음 연결되면서 피해자 모임이 결성됐다. 이들이 모인 단톡방엔 현재 600여명이 넘는 청년·후계농이 들어와 있는 상태. 방장을 맡고 있는 이다솜(경북 청송·2024년 선정자) 씨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사과 과수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근처로 이사까지 했는데,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계약이 취소되면 모두 원상 복구를 해야 하니, 그 피해도 감당해야 한다.

“단톡방에서 진짜 죽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하루에 한 분씩은 있는 것 같아요. 잠이 안 온다는 분들도 너무 많고요. 공사비랑 자재대금, 인건비 등이 밀려서 단체로 민사소송 압박을 받고 계신 분, 1월에 자금 나온다는 공무원 답변을 듣고 개인 대출을 실행했다 5.5% 고금리에 파산 직전이신 분, 축사를 임대했는데 가축 입식을 하지 못해 실질적인 수익 없이 임대료만 지불하고 계신 분, 피해 사례도 다양해요. 수 천만원씩 계약금이 물려있는 분들은 부지기수고요. 제발 나쁜 생각하지 마시라. 저희끼리 다독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농식품부는 1차 청년·후계농 기본계획을 홍보하면서 “더 많은” 후계·청년농을 선발, 보다 “쉽게” 농지·자금을 확보하도록 돕고, “전문농업인‘으로의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약속은 공염불이 됐고, 정부 정책을 믿고 어렵사리 농업을 선택한 청년·후계농들은 지금 밤잠을 설치며 애를 태우고 있다.

김선아 기자·전국종합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