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이 아니라니 앞이 캄캄합니다.”
1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1월 폭설 피해가 발생한 경기지역 6개 시·군을 포함해 전국 11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경기지역에선 유일하게 동 단위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했던 경기 오산시 초평동은 광주·안산·시흥시 등 3개 시와 함께 이번 선포에서 제외됐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초평동 피해 농가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농가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기다리며 무너진 시설하우스 등의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으나 수포로 돌아갔다고 입을 모은다.
최기화 오산농협 오이작목반장(65·탑동)은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될 것이라 믿고 작목반원들의 붕괴된 시설하우스를 철거하기 위해 업체 6곳을 다니며 상담했는데, 이제 고스란히 피해 농민들 부담이 됐다”며 걱정했다.
3966㎡(1200평) 규모로 화훼농사를 짓다 3연동 시설하우스가 무너진 피해를 본 이기광씨(67·서동)도 “초평동 6개 법정동의 시설하우스 가운데 70∼80%가 무너지는 피해를 봤는데, 피해액이 적어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같은 뜰에 50m도 떨어지지 않은 평택과 똑같은 눈이 내렸는데, 평택은 특별재난지역이 되고 오산은 안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탄식했다.
앞서 오산시는 11월 내린 폭설로 오산 전역에서 18억원, 서동·벌음동·탑동 등 6개 법정동으로 구성된 행정동인 초평동지역에서 16억원의 피해가 발생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 피해액(14억2500만원)을 초과했다며 경기도를 거쳐 행정안전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다만 도 관계자는 “중앙합동조사단 피해 조사에서 오산의 피해액은 12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읍·면·동 지역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은 시·군의 피해 규모가 국고지원 대상 피해 기준액에 해당하면서 읍·면·동 피해 규모가 국고지원 대상 피해 기준액의 4분의 1을 초과하는 피해가 발생한 재난일 때라고 명시돼 있다. 시·군의 국고지원 대상 피해 기준액은 시·군의 재정력 지수에 따라 정해진다. 재정력 지수가 0.4 이상∼0.6 미만이면 49억원 이상, 0.6 이상이면 57억원 이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초평동은 시 전체 피해 규모가 국고지원 대상 피해액 기준(57억원)에 해당하면서 동 단위 피해 기준액(14억2500만원)을 초과해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는데, 시 전체 피해 규모가 국고지원 대상 피해 기준액에 못 미쳐 애초부터 검토 대상이 되지 않았다”며 “이같은 사실을 오산시에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읍·면·동 단위로 특별재난지역을 지정하는데 왜 시·군 전체 피해 규모를 따지는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신장열 한국농촌지도자회 오산시연합회장은 “시·군 단위가 아닌 읍·면·동 단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한 것은 시·군지역 피해는 적더라도 읍·면·동 피해가 크면 지정한다는 취지인데, 기본 조건에 시·군 단위 피해 기준액을 넣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 작목반장은 “폭설 피해는 호우 피해와 달리 다리나 도로 같은 공공시설 피해가 없어 오산처럼 농가 수가 적은 곳은 폭설로 전체 시설하우스가 무너져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피해 농민을 돕고자 하는 것이라면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때 기준을 피해액으로만 할 게 아니라 지역 피해율도 반영해야 한다”며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만큼 앞으로 우리 지역과 유사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