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 인구가 줄면서 각종 필수서비스가 사라지고 이에 다시 인구가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농촌부터 시작되는 지방소멸 고리를 끊으려면 새 지방자치단체장이 과거보다 늘어나는 권한과 재원을 농촌 삶의 질 제고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만7563곳 행정리 중 소매점이 한곳도 없는 행정리가 2만7609곳(73.5%)에 달했다. 배후 인구 부족으로 각종 서비스가 사라지는 농촌 사막화의 단면이다.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최근 떠오른 게 농어촌기본소득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농어촌 군지역에 매월 15만∼2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농촌 인구를 늘리고 소비 여력도 키워 농촌경제를 지탱하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10개 군에서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상지는 더욱 확대될 전망으로 지방이 필요 재원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만큼 지자체장의 의지가 있어야 대상지에 선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최근엔 10곳 시범사업 대상지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자체 재원만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전북 무주군 같은 지자체가 나오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곳을 추가 지원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관련 예산이 반영되기도 했다.
지방선거 공약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내건 후보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 지자체장의 시야가 일시적 현금 지원에 갇혀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수단으로 지역 순환경제 체계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화폐 사용처를 늘리고 창업을 지원하는 한편 사회연대경제조직을 동원해 서비스 공급 기반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농어촌기본소득법 제정안’도 지자체가 기본소득 선순환을 위해 교육·돌봄·복지·문화예술·의료 등 공급체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정상희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는) 면 단위 주민들이 지역 내 선순환 구조의 주체로 직접 역할을 수행하도록 중간지원조직 구성 등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본소득이 일종의 사회실험으로 효능을 검증하는 단계라면, 전문인력 확보 등 즉효약을 투입해 공급을 개선해야 할 필수서비스 분야도 있다. 의료와 돌봄이 대표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 농어촌 삶의 질 실태와 주민 정주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보건복지 분야 만족도가 도시는 6.8점(10점 만점), 농촌은 5.4점으로 다른 항목보다 격차가 컸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농촌 의료기관에서 수억원의 연봉을 주고 의료진을 영입하지만 업무강도가 수도권보다 훨씬 높고 책임도 과도하게 떠안으면서 지속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라며 “중앙정부가 지역의사제 등을 통해 의료자원의 지역 배분을 주도하되, 지자체는 지역의 의료서비스 수급과 개별 의료진의 책임과 역할, 지역 내 의료기관간 연결 등 지역 의료의 밑그림을 세밀하게 그리고 운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응급환자가 아니면 지역에서 진료받게 만들어 지역 의료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돌봄 분야 대책도 시급한 상황으로 지난달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면 시행됐지만 농촌에선 관련 인력이 부족해 제도가 삐걱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최근 ‘지방선거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부족한 예산과 인력, 부실한 준비로 통합돌봄은 갈 길이 멀다”면서 “공공돌봄기관과 인력 확충을 통해 기초단체 단위까지 공공 중심의 통합돌봄 실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