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민간 조사원 5000명 모집 착수 전문성 확보·권한체계 정비 필수 ‘실경작자 드러내기’가 핵심 대면·주민조사 등 수반돼야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관련 재원을 확보한 데 이어 최대 5000명 규모의 민간 조사원 모집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조사 과정의 전문성을 높이고 예상되는 문제들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기 적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농지 이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초 시도 농정국장 회의를 열고 실무협의체 운영, 지방정부의 전담 인력·예산 편성 등을 협의한 데 이어 16일부터 5월 8일까지 조사원 모집에 나서는 등 전수조사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추경을 통해 전수조사 예산 588억원도 확보됐다. 기존 농지이용실태조사 139억원을 포함하면 올해 총 720억원 규모가 투입된다. 해당 예산은 조사원 인건비를 비롯해 드론 구매, 시스템 정비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전수조사는 휴경지를 포함한 전체 농지 195만ha를 대상으로 내년까지 2년간 진행된다. 올해는 ‘1996년(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115만ha 조사에 착수한다. 수도권 22만ha 등 투기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5~7월 기본조사를 거쳐 8월부터 현장 점검을 진행한다.
조사에는 지자체, 한국농어촌공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참여한다. 지자체는 민간 조사원을 채용해 조사를 담당하고, 농어촌공사는 드론 촬영을 통해 지자체를 지원한다. 농관원은 공익직불제 이행점검 등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일부 농지법 위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민간 조사원은 기본조사와 심층조사를 보조한다. 기본조사에서 행정정보, 드론·항공 사진과 AI를 활용해 기초 정보를 점검하고, 8월부터 12월까지 담당 공무원을 도와 현장 점검을 진행한다. 농지이용실태조사 조사원이 850명 수준인 데 비해, 이번 전수조사는 4500~5000명 규모로 확대된다. 조사 대상도 190만 필지에서 930만 필지로 확대돼 광범위하다.
전문가들은 조사원 확보 단계부터 전수조사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지적한다. 민간이 참여하는 만큼 전문성 강화와 권한 체계 정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충남의 마을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했던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지 전수조사의 핵심은 실경작자를 드러내는 것인데, 드론 촬영이나 행정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많아 대면조사와 주민조사 등 현장 조사가 필수적”이라며 “농지에 얽혀있는 임대차, 경작 여부, 직불제 등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데 기간제 근로 형태인 외부 조사원이 단기간 교육을 거쳐 투입될 때 현장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조사 응답률에 따른 신뢰성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원으로 마을의 인적 자원이 참여하는 방안이 적합하다. 모집 공고에서 지역 주민이나 농업 조사 유경험자 등 우대요건 비중을 많이 두고, 다른 가점사항도 보완해 선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일부 시군 농지 조사에 참여했던 강정현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지 조사는 단순한 조사표 작성이 아니라 복잡한 현장 확인이 수반되는 작업”이라며 “농지 출입과 개인정보 확보를 위한 권한을 강화하고, 부재지주 문제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점검으로 이어지는 기본조사도 중요한 만큼 교육과 농지 이해도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고령 농업인이 많고 실소유자가 외부에 거주하는 사례가 많아 확인이 쉽지 않다”면서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까지 감안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농지 불법 소유·이용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전수조사에 호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제대로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사 방향과 관련해서는 ‘투기 적발’보다 농지 이용 실태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강 사무총장은 “투기 여부는 판단이 쉽지 않고 조사 협조를 떨어뜨리거나 편법, 회피 가능성이 크다”며 “농지 이용과 보유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농지는 투기 대상이 아니라는 전제가 돼야 효율적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가지는 함께 가는 숙제”라면서도 “다만 불법 농지 소유보다는 불법 임대차, 상속 농지, 휴경지 등 이용 문제들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환 농식품부 농지과장은 “조사원은 보조 업무를 중심으로 투입되며, 현장 조사원의 농지 출입 권한이 문제가 될 수 있어 관련 내용을 담은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으로 현장 조사가 시작되는 8월 전까지는 제도적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조사원 전문성은 교육을 통해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차농 보호 장치 마련도 요구된다. 강마야 연구위원은 “불법 임대차는 합법화시켜 국가 매입을 통해 공공용지로 쓰는 등 실질적인 대안 장치를 같이 마련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애매한 사례들은 유형화해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임차권 보호 시 처벌 유예 또는 감면 등의 보완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