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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길어지는 공보의 차출에…농촌주민 ‘불안’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4-12 09:09
조회
27

전공의 공백 메우려 일터 옮겨 
지역 보건지소 의료 중단 사태
진료 취약지역 불편 가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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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근흥보건지소 진료실이 텅 비어 있다. 이곳에서 환자를 돌보던 공중보건의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최근 차출됐다.

“집 가까운 데 보건지소가 있어서 그동안 편리하게 이용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안 계신다고 하니 갑자기 아프거나 다치면 어떡해야 하나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농번기라 멀리 읍내에 있는 병원에는 갈 시간도 없어서 웬만큼 아픈 거는 그냥 참아야죠.”

최근 찾은 충남 태안 근흥보건지소. 매일 환자 15∼20명이 찾던 이곳은 현재 적막감만 감돌았다. 이곳에서 환자를 진료하던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가 최근 서울 순천향대병원으로 차출돼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서다.

보건지소를 외롭게 혼자 지키고 있는 간호사는 “공보의가 없다는 사실을 모른 채 찾아오는 분은 타 지역 보건지소나 태안읍에 있는 병원으로 가실 것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흥보건지소에서 한달에 한번 혈압약·골다공증약·혈액순환개선제를 처방받아 20여년째 복용하고 있다는 이정숙씨(83·근흥면 용신리)는 “공보의 선생님이 차출되기 전에 두달치 약을 지어줘 아직은 괜찮지만 계속 못 돌아오면 읍내 병원에 가서 검사도 다시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함창근씨(86·〃)도 “근흥면에는 병의원이 한곳도 없어 감기에 걸렸을 때나 독감·폐렴·대상포진 예방접종 등을 맞을 때 보건지소를 편하게 이용했는데 공보의가 없다보니 아무래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발생한 의료공백으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보의가 대학병원 등으로 차출되면서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진료 불편 우려가 커졌다. 현재 전국 의과 공보의 1367명의 19.5%인 267명이 세차례에 걸쳐 차출된 상태다.

게다가 3월11일 1차로 차출한 공보의들은 차출 기간이 당초 4월7일에서 5월7일로 한달간 연장된 데다 추가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공보의는 이미 부족한 상태였다. 2023년 8월 기준 공보의가 한명도 없는 보건소는 7곳, 보건지소는 337곳에 이를 정도다. 보건지소의 경우 배치 대상지인 1220곳 중 27.6%에 달하는 곳에 공보의가 배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공보의 차출까지 겹치면서 주민 불안이 커진 것이다.

이에 전남도는 3월7일부터 의과 공보의에 대해 휴가 제한을 지시하는 등 전국 지자체별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농어촌 주민의 진료 불편은 더욱 심화했다. 근흥보건지소는 평소에도 월·화·목요일에만 진료가 이뤄졌는데, 공보의 차출 이후 일주일 내내 개점휴업 상태다. 경기 여주에서 운영되는 8곳 보건지소의 의과 진료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강원 정선 신동보건지소는 현재 목요일에만 타 지역 공보의가 파견돼 진료를 본다.

이은주 신동보건지소 주무관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일일이 연락해 목요일에 와달라고 알렸다”며 “현재까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지만 이렇게 임시방편으로 지속하긴 어렵다”고 우려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보의 차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서승효씨(56)는 “농촌은 가뜩이나 의료 여건이 열악해 공보의를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있던 공보의마저 빼가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경북 예천의 한 주민은 “응급·중중 환자를 먼저 돌봐야 한다는 정부 방침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농어촌 주민의 양보만 바라는 것은 아닌지, 농어촌의 피해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씁쓸해했다.

한국농어민당은 최근 논평에서 “공보의는 열악한 교통환경, 만성적인 질환 등으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농어촌 주민에게 생명줄 같은 소중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정부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공보의 차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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