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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한걸음 더] 韓 ‘농업보조 감축’ 시간 벌어…직불제 중심 정책 전환해야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4-22 09:34
조회
14


제13차 WTO 각료회의 농업협상 결렬 의미와 시사점 
참가국간 이해대립 첨예
소리만 요란…성과 없어
쟁점사항 국내보조·PSH
사전 준비과정 매우 부족
합의 도출 실패 예정된 셈
올해 미국 등 주요국 선거
의미있는 협상 어려울듯
새롭게 등장한 ‘정책공간’
농식품 성장산업화 위해
효율적 활용방안 모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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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출범 30주년을 맞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제13차 각료회의(MC13)’를 했다. 각료회의는 세계무역을 관장하는 WT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우리 농정체계와 연관된 무역왜곡 국내 보조 등과 관련한 쟁점을 어느 수준에서 논의할지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각국마다 자국에서 지키려는 보조와 상대국에서 감축하려는 보조에 대한 입장 차가 크다보니 농업협상에선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올해는 미국과 인도 등 주요국이 선거를 치르는 해여서 무역협상에 더이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분간 현행 보조정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지만 그렇다고 개혁을 마냥 미루는 일이 능사는 아니다. 과연 우리는 이번 각료회의 농업협상 결렬을 어떻게 보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MC13에서 농업부문은 국내 보조, 식량안보용 공공비축(PSH)을 비롯해 시장 접근과 개발도상국 긴급수입제한 조치(SSM) 등 많은 쟁점을 다뤘으나 소리만 요란했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의 마지막에 향후 협상 방향 등을 제시하는 작업계획 정도는 합의가 이뤄질 줄 알았는데 이마저도 실패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MC13에서 보여준 합의 도출 열기를 스위스 제네바로 옮겨 올해 많은 진전을 이루자고 회원국을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인도를 포함한 주요국 대선과 총선 등이 있어 무역 협상 전반에서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응고지 사무총장의 임기도 2025년 8월 만료될 예정이어서 올해말부터는 후임자 선출 절차로 WTO 내부도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1월 미 대선에서 WTO 다자주의를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WTO 다자협상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럽게 WTO 다자협상에서 성과를 도출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번 농업협상에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국내 보조와 식량안보용 공공비축은 처음부터 합의 도출이 어려웠던 의제다. 국내 보조는 해당국의 농업정책 추진과 직접 관련된다. 따라서 어느 나라나 국내 보조 감축은 자국 내 농업계와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그만큼 합의 도출을 위해 사전 갈등 조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개도국은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 타결 시 농업보조총액(AMS)이 없어 이를 인정받지 못했다. 따라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AMS를 사용할 수 없고, 개도국 개발보조(Development Box)에 크게 의존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보조는 허용보조(Green Box)를 빼면 최근 3개년 평균 기준 개도국 개발보조가 전체 농업 보조의 약 68%를 차지한다. 인도는 개도국 개발보조를 줄이자는 어떤 제안에도 강력히 반대한다. 반면 미국은 허용보조를 빼고 AMS가 전체 보조의 약 50%이다. 따라서 미국도 AMS를 줄이는 데 민감하다. 결국 각국이 주로 사용하는 보조를 줄이는 데 민감하고, 서로가 감내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각료회의를 앞두고는 이런 사전 준비과정이 매우 부족했다. 그러니 처음부터 합의 도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인도의 핵심 관심인 식량안보용 공공비축은 2017년 ‘제11차 WTO 각료회의’까지 합의가 도출됐어야 했다. 이에 인도는 이번 MC13에서는 식량안보용 공공비축에 대한 합의를 반드시 도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문제는 현재 인도가 활용하는 공공비축에 대한 임시 해법을 두고 기존 쌀 수출국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점이다. 인도는 쌀을 식량안보용 공공비축 품목으로 지정해 생산량의 40∼45% 정도를 국제 가격보다 높게 구매한다. 이에 따른 보조는 최종 해법이 나올 때까지 다른 회원국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인도 정부의 쌀 매입은 쌀 생산 증가로 이어지고 재고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인도의 쌀 수출량이 급증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태국·베트남·파키스탄에 이어 세계 4위였던 인도의 쌀 수출은 2014년을 기점으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2022년 기준 인도의 쌀 수출량은 1790만t으로 세계 쌀 수출의 43.3%를 차지하며 다른 수출국과 큰 격차를 나타냈다. 사정이 이러하니 기존 쌀 수출 선두였던 태국을 비롯한 파키스탄이 인도의 공공비축에 강하게 반발했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 역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한편 이번 MC13에서 농업협상 결렬은 주요국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그리고 우리나라가 속한 농산물 수입국 그룹(G10)도 국내 보조에서 어떤 결정이 이뤄지면 결국 농업 보조를 감축하는 방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도 식량안보용 공공비축에 대한 최종 해법 마련에는 실패했지만, 임시 해법이 계속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다른 개도국이 임시 해법을 이용할 수 없는 현 상황이 인도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임시 해법은 2013년 기준으로 그 당시 공공비축 정책이 있던 개도국만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앞으로 당분간 WTO 농업협상의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농업 보조 감축에 시간을 번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보조정책 개혁을 미루면 곤란하다. 감축 보조에서 허용보조로의 정책 개혁을 미루면 향후 보조 감축 때 큰 충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불제를 중심으로 보조 정책의 전환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최근 WTO 개혁논의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정책공간(policy space)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책공간은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화, 포용성 강화 등을 위해 일정 조건 아래 보조금 사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MC13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지만, 향후 주요국의 정책공간에 대한 요구는 점차 커질 것이다. 우리 농식품의 미래 성장 산업화를 위한 보조 확보를 위해서 주요국의 정책공간 확보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식량안보용 공공비축(PSH:Public Stockholding)

인도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빈곤층의 식량안보를 위해 정부가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쌀을 구매해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빈곤층에게 쌀을 공급하는 제도다. WTO 농업협정에 따르면 감축 보조이지만, 임시 해법으로 이에 대한 보조를 문제 삼지 않기로 잠정 합의했다.

※정책공간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디지털 사회로 원활히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지원(보조)이 필요하므로 이러한 정부 보조에는 WTO 보조금 조항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고 예외를 인정해 정책 수행의 융통성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U가 처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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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진 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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