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손실보전대책 이후 수매가 놓고 눈치싸움 12월 말에나 결정할 듯
2024년산 벼 수매가격 결정을 두고 농협 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를 비롯한 지역 농협들이 연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2023년산 수준의 수매가격 결정을 할 경우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계획 발표 이후 선뜻 수매가격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별 농협 통합RPC와 벼 DSC(건조저장시설) 운영 농협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올해 벼 수매가격 결정을 미루고 있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이맘때면 각 농협들이 수매가격을 확정하거나 대략 수매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결정할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이 시기엔 대부분의 농협들이 수매가격을 확정 또는 예상이 가능했다. 당시 농협들은 전년에 비해 40kg 조곡 기준 3000~4000원을 인상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많은 지역 농협 및 통합RPC가 수매가격 결정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유는 농협중앙회가 지난 11월 ‘올해 수매가격을 전년 수준으로 결정한 곳에 대해선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발표 때문이다. 이런 결정에 올해 수확기 초에 수매가격을 확정한 일부 농협을 제외하곤 적지 않은 농협들이 수매가격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RPC를 운영하는 농협과 통합RPC에서 두드러진다.
A 농협 통합RPC 대표는 “수매가격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농협중앙회의 손실 보전 대책 발표 이후 올해 손실이 컸던 DSC는 작년 수준에서 수매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RPC들은 손실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로 판단해야 할지 가늠이 서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수매가격 결정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매가격을 놓고 농협들 간의 눈치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해 수준의 수매가격을 주자니 RPC 경영에 부담이 되고, 낮게 줄 경우 지역 농민들의 상황에 역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수매가격을 12월말에서나 결정할 것이라는 농협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B 농협 통합RPC 대표는 “벼 수매가격 편차가 지역별로 큰 상황이다. 그러니 섣불리 결정을 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수준의 수매가격을 주면 좋겠지만 쌀값 상황 등을 감안하면 내년 RPC 경영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C 농협 통합RPC 대표는 “2024년산 제현율이 낮은 상황에서 지난해 수매가격을 주면 RPC 입장에선 경영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고, D 농협 통합RPC 대표는 “사실 눈치를 좀 보고 있다. 같은 지역이라도 지자체 지원이 다르다. 만약 수매가격 결정을 잘못하면 1년 경영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RPC에선 판단이 쉽지 않아 보이고, 수매가격 결정 시기도 연말까지 가야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