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쉼 없이 쏟아져 내린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주저 앉았습니다. 45년 농사짓는 동안 이런 눈 피해는 처음입니다. 한창 모종 식재할 시기에 이런 날벼락이 없네요”
11월 28일 오전, 폭설로 피해를 입은 경기 용인시 남사읍 화훼재배단지 비닐하우스 현장에서 만난 오세인(68)씨는 무너진 비닐하우스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27일부터 내린 눈은 시간이 갈수록 쌓여 결국 엄청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비닐하우스 쇠 파이프는 엿가락처럼 휘었고 최근 모종을 심어 놓은 비닐하우스는 폭삭 주저 앉았다.
더욱이 습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라 비닐하우스 위의 쌓인 눈을 치우기란 감당이 안돼 연동으로 이어진 하우스 4동이 힘을 받지 못해 그대로 무너져 버린 것이다.
오씨는 “하우스 위의 눈을 녹이려고 계속 가온을 하고 쓸어내려도 역부족이다. 하우스 연결 부위 골을 타고 눈과 물이 내려와야 하는데 그대로 돌덩이처럼 굳어 있어 감당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무너져 내린 그의 하우스 안에는 최근에 모종을 식재한 ‘페라고늄’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오씨는 내년 봄 상품 출하를 위해 12월과 1월에 각각 모종 식재를 계획 중이었으나 하우스 붕괴로 물거품이 됐다. 그는 페라고늄 외에도 카네이션과 국화 등도 재배하는데 하우스 붕괴로 후속 작물까지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오씨는 “붕괴된 하우스를 철거하고 새로 지으려면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가지만 당장 농사를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용인지역은 27~28일 이틀 동안 경기·인천 최대 적설량인 최대 47㎝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농업 피해가 속출했다.
이로 인해 남사화훼단지 일대 수십여동의 비닐하우스들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성인 허벅지 높이까지 내린 눈으로 남사읍 화훼단지 내 곳곳의 도로는 진입조차 하기 힘들 정도지만 농가들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눈을 맞으며 제설 작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인근 남사읍 완장리에서 시설채소를 농사를 짓는 이용모(46)씨의 비닐하우스 6동도 눈 폭탄을 맞아 붕괴됐다.
한창 수확 중인 양상추는 무너져 내린 철제 파이프와 비닐, 눈 밑에 깔려 있고 모종 식재를 앞둔 샐러리도 초토화 됐다.
모종 식재를 위해 갈아 놓은 밭도 쓸모없게 됐으며 붕괴된 하우스 안에 세워 둔 트랙터도 위태롭다.
이씨는 “오늘 오전에 붕괴된 하우스를 복구하는 중에 또 다른 하우스가 무너져 내려 근처에 갈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눈 무게가 더 무거워 하우스가 추가로 주저앉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어 “앞으로 순차적으로 작물을 재배·출하해야 하는데 모종 재배 하우스까지 무너지고 철거와 재시공을 거쳐 다시 농사를 지으려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폭설로 남사읍 뿐 아니라 원삼면 두창·가재월리 일대 수십여동의 화훼 재배 하우스도 붕괴 피해를 입었다.
축산시설과 가축 피해도 잇따랐다.
용인시 포곡읍 유운리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노진성(48)씨의 축사 1동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축사 안에는 9마리의 소가 갇혀 있지만 입구가 완전히 무너져 소들을 꺼낼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씨는 “아침에 소 밥을 주기 위해 농장에 도착한 순간 폭삭 주저앉은 축사를 보고 섬뜩했다”며 “다행히 무너진 지붕 아래 공간에 9마리의 소들이 피해 있어 한 시름 놓았지만 위태롭게 갇혀 있는 소들이 2차 붕괴로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노심초사다.
한편 백암면에서도 한우 축사 5동을 비롯한 돼지 돈사 7동 등이 붕괴되거나 파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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