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치 이슈가 국감장을 뒤덮은 가운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선 ‘금값 농산물’ 논란을 부추기는 유통구조문제 정도가 주목을 받았다.
국감 포문을 연 건 쌀이었다. 첫 질의자였던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벼멸구 피해 벼를 국감장에 가져와 현장의 심각성을 알렸고, 이튿날 벼멸구가 농업재해로 인정되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다만 국감 내내 정부와 여야가 쌀값을 두고 공방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당초 예상은 빗나갔다. 국감 초반 정부가 신곡 예상 초과 생산량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시장격리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야당 공세가 무력화한 탓이 컸다.
쌀의 빈자리를 채운 건 배추였다. 국감 첫날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배추를 들고 “정부가 배추 수급 예측에 실패했다”면서 최근 ‘금(金)배추’ 논란의 책임을 추궁했다. 야당에서도 농업통계의 부정확성과 부족한 비축기반이 제2의 ‘금배추’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대책을 촉구했다.
지적은 유통구조문제로 이어졌다. 여당에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을)이, 야당에선 문대림 민주당 의원(제주갑)이 이 문제를 국감 내내 파고들었다. 이들은 서울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대표들을 증인으로 불러, 도매법인이 독과점 구조에 기반해 수수료 수익을 챙기면서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을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한 점을 문제 삼았다. 정부는 “공영도매시장 도매법인 사이 경쟁을 도입하고, 온라인 도매시장 등을 통해 유통구조간 경쟁도 이뤄지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유통구조문제에 견줘 다른 중요한 현안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농업직불금 5조원 계획’이 전혀 점검되지 못했고, 농지 관련 논의는 “올해 안에 농지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볼 것”이라는 정부 답변에 막혀 헛돌았다. 각각 정부와 야당 차원의 농가경영 안정화 대책인 수입안정보험, 농산물 가격안정제 정책 검증도 미흡했다. 농촌 인력 부족문제는 공공형 계절근로자제도를 일부 개선하자는 수준에서 논의가 있었다.
그럼에도 몇몇 의원은 날선 질의로 성과를 냈다. 문대림 의원은 오흥복 한국전력공사 기획본부장을 증인으로 불러 농사용 전기를 산업용 수준으로 인상하려는 한전 계획에 전면적 수정을 촉구하고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 연장도 요구했다.
이병진 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을)은 한우고기 선물세트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 의원이 준비한 한우고기 부위에 대한 유전자(DNA) 검사 결과 이력번호 개체와 DNA 정보가 불일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같은 당 임호선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은 ‘북한 오물풍선에 따른 산림재해 방치 대책’을 주문해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청도)은 ‘식품사막’문제를 국감장 화두에 올려놓기도 했다.
국감 단골 이슈인 대기업의 저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문제에 관해선 일부 성과를 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대기업 임원을 국감 증인으로 불렀다가 출연하겠다고 하면 (증인에서) 빼주는 방식을 반복해선 안된다”면서 “국감 이후 여야가 합리적 방안을 찾자”고 했다. 실제 국감 종료 후 일정 수준 이상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은 매출액의 0.005% 이상 출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목표액 대비 부족한 금액은 정부가 일반회계로 전입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지난해는 쌀, 올해는 유통 등 매해 당면 현안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농정 점검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