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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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농민신문]‘농지 전수조사’ 부작용 속출…‘직접 경작’ 중심 낡은 잣대 한계2026-09-03 15:13
작성자 Level 10
임대차시장 위축 등 현장 혼란 
자경 기준 행정체계 ‘도마 위’ 

‘경자유전’ 넘어 ‘경자경영’ 전환
경영자 중심 제도 재설계 필요
농지조사_클립아트코리아2
클립아트코리아

농지 전수조사가 현장 혼란을 키우면서 농지제도의 지향점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령화와 기계화로 급변한 영농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자경 중심의 낡은 잣대만 들이대 임차계약 해지와 거래 위축 등 실질적인 농업경영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농지 전수조사의 부작용을 주요 점검 과제로 꼽았다. 고령농의 은퇴와 청년·전업농의 영농 현실상 임대차가 불가피함에도 무리한 조사가 임대차계약 해지와 임차시장 위축을 부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지역농협의 여신 부실화, 친환경농업 위축 등도 주요 부작용으로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정책 목표가 불명확한 전수조사를 우려한다. 농정연구센터가 최근 개최한 창립 33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농지제도 개편의 방향이 불명확해 농지 전수조사 현장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농민들의 안정적 농지 이용이 힘들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혼란을 부른 배경에는 농지제도가 전제하는 자경 이념과 급변한 영농 현실의 괴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명헌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헌법’ ‘농지법’의 이념과 고령화, 임차 및 위탁작업의 광범위화 등 현실이 괴리된 가운데 전례 없던 조사가 이뤄지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임차계약 해지로 인한 경영 불안정화, 농지 임차 및 거래시장 위축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농업경영주 비중은 69.7%에 달하고, 벼농사의 경운·이앙·방제·수확 등 주요 작업의 위탁 비중은 60∼80%에 이른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오늘날 농업은 농작업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기계화하거나 외부에 위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산방식이 됐다”며 “농작업을 누가 직접 수행하는가와 농업을 누가 경영하고 책임지는가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게 됐다”고 했다.

문제는 농업 생산방식이 달라졌는데도 제도는 여전히 자기 노동력에 의한 직접 경작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자경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일부 농작업을 직접 하거나 농자재 구입, 농산물 판매 자료를 챙기는 ‘형식적 경자’만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전문연구위원은 “기존의 자경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조사·확인·단속하는 것만으로는 ‘제도가 요구하는 자경’과 ‘자경할 수 없는 농지 소유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와 간극을 메우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농지제도의 운용 기준을 ‘자경’에서 ‘실질적인 농업경영’으로 옮겨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윤 전문연구위원은 농지 소유자와 직접 경작자의 일치 여부보다 실제 농업경영의 주체와 책임을 중심으로 농지를 관리하는 ‘경자경영(耕者經營)’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실제 농업경영자를 중심으로 농지 소유·이용·지원 체계를 재설계하자는 취지다. 윤 전문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누가 농지를 실제 농업생산에 이용하고 책임 있게 경영하는가”라며 “농지 정책의 판단 기준을 ‘자경 여부’에서 ‘실질적인 농업경영 여부’로 전환하고, 이를 중심으로 농지 소유·이용·지원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농지 임대차를 ‘원칙적 허용과 투명한 신고·관리 의무’ 체계로 전환 ▲보편화된 농작업 수·위탁을 인정해 농지법상 ‘위탁경영’ 규제(제9조)를 폐지 ▲농지대장, 직불금, 조세 정보를 연계해 농지의 ‘소유·이용·경영’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