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양배추 등 채소가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농산물가격안정제 시행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상품목과 기준가격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으면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도 자체에 대한 무용론도 제기된다.
농산물가격안정제는 농산물 가격 변동에 따른 농가의 경영부담을 완화기 위해 도입됐다. 법적 근거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다. 지난해 8월 개정한 ‘농안법’에 따라 올 8월27일 시행된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대상품목과 기준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입법예고 중인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대상품목과 기준가격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하는데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상품목과 기준가격(안)은 내부 검토 중이고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제도에 근거해 운영되므로 제도 시행일 이후 열어 심의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지에선 대체로 정부의 수급관리 품목에 대해선 이 제도가 적용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사과·양파 주산지에선 대상품목 포함 여부보다는 기준가격 산정 과정에 현장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많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기준가격은 생산비의 일부인 경영비를 고려해 농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생산비에 대한 농민 불신이 큰 상황인 만큼 생산비 산정 때 농민이 참여하는 조사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연순 한국사과연합회 사무국장은 “과수류는 기준가격을 산정할 때 채소류와 달리 묘목을 키우는 기간만 수년이 걸리므로 묘목 생산에 들어가는 자가노동비를 기준가격 산정 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선 사과는 내년에 시행된다는 말도 들린다”고 전했다.
이른바 무임승차자를 방지하는 것이 제도 성패의 관건이란 지적도 있다. 안병일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물가격안정제는 수급안정을 위한 노력을 사전에 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사전 재배면적 조절로 시장 가격이 올랐을 때 면적 조절에 참여한 농가와 그렇지 않은 농가 간 차등이 없다면 농가들은 면적 조절엔 참여하지 않고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만 얻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문 농식품부 정책보좌관은 “2020년 마늘 산지 폐기 후 가격이 올라 폐기에 참여한 사람만 이른바 바보가 됐던 사례가 있다”며 “농가 대부분이 제도에 참여하는 구조로 세부 계획이 설계돼야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한정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유통혁신연구실장은 “가격 하락에 따른 차액을 보전해주면 자칫 ‘과잉생산 → 가격 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민식 농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가장 좋은 상황은 선제적 수급안정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해 농산물가격안정제가 발동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대상품목과 기준가격(안) 관련해 6월 중순 이후 생산자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급조절 노력을 선제적으로 기울였는데도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생산자에게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2025년 8월 개정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생산비와 수급상황을 고려해 기준가격을 산정한 후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했다. 생산비 중 경영비 구성요소와 기준가격 산정 방법은 농식품부 장관이 정하게 돼 있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