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천안에서 1999년부터 농업에 종사해 온 송태성(한국후계농업경영인 충남도연합회장)씨가 지난해 여름 자신의 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송씨 제공."올해는 영농철이 빨리 왔어요. 2월부터 논갈이는 이미 시작됐고, 하필 기계를 돌려야 하는 시즌에 기름값이 오르기 시작하네요. 이건 그냥 앉은자리에서 돈을 땅에 버리는 수준입니다."
20일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서 1999년부터 농사를 지어온 송태성(55·한국후계농업경영인 충남도연합회장)씨의 목소리에는 조급함과 허탈함이 묻어났다. 벼농사 9,090㎡(약 3만 평)과 마늘·양파 6,060㎡, 육묘장 1,363㎡을 일구는 대농(大農)인 그에게 2026년의 봄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다. 최근 며칠 새 면세유(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미국·이란 전쟁이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영농 계획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28일 이후 면세유 가격은 21일 기준 리터(L)당 1,122원에서 1,318원으로 196원(17.5%) 뛰었다. 공급망 불안 심리가 면세유 시장에 즉각 반영된 영향이다. 트랙터 등 대형 농기계를 운용하는 전업농가에는 부담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송씨는 연간 경유 2만 리터가량을 사용하는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유류비 부담만 약 400만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송태성(가운데)씨가 지난해 여름 비료를 뿌리기 위해 드론에 비료를 넣고 있다. 송씨 제공비료 가격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아직 비료 가격이 오르지 않았고, 정부도 상반기 영농철까지는 비료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원료인 요소의 38.4%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수입하고 있는 만큼 가격 상승 가능성은 시간문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비료값이 2배 가까이 폭등하기도 했다. 송씨는 한 해에 마늘과 양파밭에 비료를 600포 정도 뿌리는데, 한 포당 가격이 2만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가격이 50%(1만 원)만 올라도 연간 600만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송씨는 "밀가루값이 오르면 라면값은 이를 즉각 반영하지만, 농산물은 정부 통제와 유통 구조 때문에 생산비가 올라도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며 "기름값과 비료값 인상분을 합치면 올해 소득의 30%가량이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 면세유 68.4% 증가
송씨의 이런 걱정은 엄살이 아니다. 실제로 유가가 급등했을 때 농가 소득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농업소득은 949만 원으로 전년 대비 26.8% 감소했다. 농업총수입은 3,460만 원으로 7.0% 감소한 반면, 농업경영비는 2,512만 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한 탓이다. 특히 비료비와 사료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재료비는 10.9% 증가했다. 2022년 당시 면세유 가격은 연평균 1,396원으로 전년(829원) 대비 68.4% 급등했다.
이런 탓에 농업단체들도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한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번 '전쟁 추경'을 통해 △유가연동 보조금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농사용 전기 에너지 바우처 △무기질비료 원료 구매 자금 △사료 원료 구매 자금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지원 등을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도 고유가에 타격받는 농어민들을 위해 물류·유류비를 비롯해 민생안정 지원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송씨는 정부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그는 "에너지 바우처는 고령 농민들이 이용하기에 너무 까다롭고 복잡하다"며 "이미 농협 전산에 면세유 사용 실적이 다 기록되어 있는 만큼, 유가 인상분만큼 농민들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원해 주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