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정부가 최근 쌀 수급정책 일환으로 정부양곡에 미국산 밥쌀까지 방출하자 농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10월 충남 청양 들녘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으로 추수에 나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쌀값이 비싸지 않다’는 호소를 이어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그 호소와는 반대로 시장에 물량을 풀고 있다. 애초에 쌀 수급 대비 가격이 왜곡돼 있는 탓에 정책도 모순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언론의 ‘쌀값 폭등’ 호들갑에 완전히 휩쓸리지 않고 있는 건 이전 정권들 대비 이재명정부의 차별점이다. 윤석열정부에서 ‘쌀값 20만원(80kg)’ 달성 노력조차 거부했던 송미령 장관이 23만원으로 뛴 쌀값을 ‘폭등’이 아닌 ‘회복’이라 표현하는가 하면, 담당부서들은 물가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는 쌀값상승률을 수치로 정리해 보여주며 언론·대중 계도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정책까지 의연한 모습은 아니다. 가격이 회복 중이라면 정책은 관조 혹은 공급축소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공급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10만~15만톤의 정부양곡 공급(대여 방식)과 2년여 만의 미국산 밥쌀 판매 재개. 농식품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수급정책이다. 기껏 회복 중인 쌀값에 하락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농민단체 일각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농식품부가 쌀을 방출하는 이유는 실제 유통현장에서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농협과 민간RPC 재고는 평년대비 14만톤, 전년대비 11만톤 부족한 상황이며 산지유통업체 수요물량은 16만톤으로 파악됐다. ‘공급이 부족한데도 가격은 정상인’ 기현상이 정책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언론의 ‘쌀값 폭등’ 호들갑에 휘둘려 온 지난 농정의 결과물이다. 광폭의 물가·생산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쌀값은 수십년간 정부 정책에 의해 억눌려 왔고 결국 ‘가격이 폭락인데도 공급은 정상인’ 상황이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이 구조에선 공급이 무너져 봤자 가격이 겨우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만성적 쌀값 하락과 수급예산 부담을 타개하고자 지난해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을 본격화했지만, 문제는 생산과잉이 아니라 쌀값 자체의 저평가였다. 결국 재배면적 감축 정책은 올해 이례적인 공급부족 상황을 초래했고, 가격이 겨우 정상으로 올라왔음에도 물량을 풀어 또다시 농민들을 희생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바람에 정책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실패하고 있는 모습이다.
첫 단추를 다시 꿰는 방법은 양곡정책의 기준이 될 쌀의 ‘적정 가격’을 재설정하는 일이다. 이미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양곡정책에 재정비가 요구되고 있고 ‘현재의 쌀값이 적정하다’는 최신 소비자 인식조사도 나온 바 있다. 적정 쌀값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와 기회가 함께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