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구정민 기자]
중동전쟁 여파로 유류가격이 급등하면서 본격 영농철을 앞둔 농촌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화훼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벽제농협 유류취급소에서 고유가 속에도 시설하우스 난방을 위해 등유와 경유 등을 구입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농기계 연료인 면세유 가격에 이어 농촌 주택 난방용 등유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농가들이 ‘기름값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한 영향이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피해 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농업계에서는 직접 지원 대상에 농가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가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농기계 등의 주요 연료인 자동차용경유(면세유)는 올해 들어 1월 리터당 1136.11원, 2월 1120.67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면세유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 2일 1124.06원이던 가격은 6일 1225.72원으로 1200원대를 넘어섰고, 9일 현재 1305.96원까지 치솟았다. 일주일 새 16.2% 오른 것이다. 지난해 3월 9일 자동차용경유 가격은 1152.14원이었다. 시설 난방 등에 쓰이는 실내등유와 소형 농기구에 활용되는 휘발유 면세유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도시가스가 보편적인 도심과 달리 농촌 주택은 등유를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택 난방용 등유는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등유 가격은 지난 2일 리터당 1315.40원에서 9일 1557.57원으로 일주일 만에 18.4% 급등했다.
양재명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의령군연합회장은 “오늘(9일) 난방 기름을 넣었는데 한 드럼(200리터) 기준으로 일주일 사이 10만원 가까이 올랐다”며 “지금 가격에도 며칠씩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사이 면세유 가격이 급등했는데 문제는 이 가격이 저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조만간 영농철이 시작돼 농기계 사용이 늘어나는데 지금 면세유를 받을지, 가격이 내려가길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는 농가들이 많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유가가 계속 상승하자 정부는 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계획과 함께 유류세 인하폭 확대, 유류 소비자 직접 지원 등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유사 담합 여부와 주유소 가격 조사, 세무 검증, 가짜석유 적발을 위한 현장 점검 등에 관계기관이 나설 계획도 밝혔다.
점검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대통령은 일률적인 유류세 인하보다 피해를 보는 이들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번 위기가 길어진다면 피해를 직접 보전하는 방안까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9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이 유가 급등에 대응해 전략 비축유 방출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공동성명을 내면서 국제 유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 이종면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 정책부회장은 “영농철을 앞둔 만큼 면세유 가격 안정과 농민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며 “어느 산업보다 유류 사용 비중이 높고 농가 생산비 안정은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는 만큼 농업 분야에 대한 직접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유업계도 국제 유가 하락 시 인하분을 신속히 국내 유류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은 8일 자체 재원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농협은 면세유 할인지원 250억원, 농협주유소 할인 지원 50억원 등 총 300억원을 투입해 체감 유류비를 낮출 방침이다. 면세유 할인 지원액 250억원은 한 달간 농민들이 소비하는 물량에 적용된다. 할인 물량은 최근 3년간 3월 평균 소비량의 50%를 기준으로 하며, 지원 물량은 농업 분야 사용량이 많은 경유·등유·휘발유 순으로 차등 배정할 예정이다.
김경욱·구정민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