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수요자 참여형 벼 품종개발로 일본산 대체 지역에 맞는 적응성 벼 품종 보급 노력 속 고품질 위해선 적정 볏값 안정적 보장 필요 해들·알찬미·나들미·한가득은 밥맛 좋기로 익히 알려진 ‘고시히카리, 추청(아키바레)’(일본산 벼)을 제친 우리 벼 품종들이다.
해들·알찬미는 경기 이천시의 대표 쌀 브랜드인 ‘임금님표 이천쌀’ 품종이며, 알찬미는 ‘청원생명쌀’, ‘생거진천쌀’ 등 충북지역의 대표 브랜드 쌀 품종으로 추청 대신 주력 품종이 됐다. 나들미는 강화 향토쌀 품종, 한가득은 경기 김포시 대표 품종으로 외래 벼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2023년 0.6ha→2025년 165ha).
이들은 외래 벼보다 도복(쓰러짐), 수발아(수확을 앞둔 이삭에서 싹이 트는 것), 병충해에 강하며 밥맛은 물론 도정수율(벼를 찧었을 때 나오는 쌀 중량 비율)도 우수하다. 외래 벼 재배면적을 줄인다는 정책 방향, 잦은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품종이기도 하다.
추청은 국립종자원이 2027년까지 공급할 예정이고, 고시히카리는 이미 지자체에서만 보급종을 생산하고 있는데 종자원의 공급 유효기간은 2032년까지다. 외래 벼를 줄인다는 방향 아래 농가 수요를 반영해 당분간은 보급하는 것이다. 이에 외래 벼를 많이 재배하는 경기 지역(용인·시흥·양평·화성 등)들은 대체품종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알찬미 등은 2016년 시작돼 올해 10년째를 맞은 국립식량과학원의 ‘수요자 참여형 벼 품종개발 프로그램(SPP)’을 거쳐 안정적으로 보급된 품종이라 더 주목된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지난해부터는 이미 개발된 신품종 가운데 지역에 맞는 품종을 선발해 주고 있다.
SPP(Stakeholder Participatory Program)는 이해관계자 참여 프로그램의 영어 약자다. 품종 개발 과정에 육종가·농민·지역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지자체·소비자가 직접 참여한다. 육종기관(농진청·농업기술원 등)이 육성한 계통 가운데 농민·지자체 등이 현지 시험재배를 통해 우량 계통을 선발한다. 이어 소비자·RPC가 밥맛을 평가하고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반영해 품종 이름을 짓고, 지자체는 자체 종자보급 체계를 확립한다. 이처럼 참여형이라 지역 쌀에 애착과 신뢰, 주인의식이 담긴다. 이 과정이 순조로우려면 지자체의 의지와 지역농민, 쌀을 수매하는 RPC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SPP를 통해 전체 벼 재배면적의 11%(2017년)를 차지했던 외래 벼는 2024년 기준 4%로 줄었다. 특히 경기·충북지역에 집중됐던 외래 벼 재배면적은 6만8800ha(2017년)에서 2만1000ha(2024년)로 감소했다. 외래 벼 재배면적이 100%에 달했던 지역들은 2024년 기준 강화·김포 80%, 포천 22%(장기재배품종 포함), 충북 7%로 급감했고 이천은 우리 품종으로 100% 대체했다. 2025년 알찬미가 소비자 선호품종 최우수상, 대한민국우수품종상까지 받으면서 소비시장에서의 성과도 확인됐다.
물론 이 품종들이 모든 지역에 다 적합하진 않다. 해들·알찬미는 경기·충북, 영호진미는 영남지역, 신동진은 호남지역이 재배 적지다. 최고급 품질과 뛰어난 병충해 저항성을 지닌 삼광은 경기·충청이나 강원 평야지역에 알맞지만, 같은 강원도라도 홍천과 같은 중산간 지역이나 불규칙한 강우 양상을 보이는 강릉에는 맞지 않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만든 맛드림을 강릉에 심고, 도열병 취약 지역인 경기 여주에서 이에 약한 영호진미를 재배했다 실패한 사례 등은 품종이 나빠서가 아니라 각 품종의 특징과 지역의 기후·토질을 고려하지 않고 밥맛이 좋다는 ‘입소문’만으로 섣불리 품종을 선택한 결과다.
사실 농민들도 이를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지자체가 정한 수매 품종을 짓지 않으면 수매처를 찾기 어렵고, 소비자 기호에 맞춤한 밥맛이나 농가소득에 영향을 주는 수량성도 놓칠 수 없으니 적합한 품종을 찾는 게 어렵다.
전용중 여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여주는 진상(민간기업 특허, 여주시가 전용실시권(일정기간 독점적·배타적 사용권)을 가짐)을 70~80% 재배하는데, 알찬미보다 잘 쓰러지고 병도 약하고 소출도 적지만 맛은 뛰어나 선호도가 매우 높다”라며 “그러나 볏짚을 썰어 넣는 등 손이 많이 가고 경영비도 더 들여 고생스럽게 재배해도 볏값이 보장되질 않으니 농민은 물론 조공(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CJ·쿠팡 같은 대형유통업체들만 폭리를 취한다. 그러니 농민들은 조금이라도 생산량을 늘리려고 비료나 약을 더 많이 쓰게 되니 악순환이다. 수매할 때도 사일로 안에서 섞여 버리는 등 공장식이라 고품질이란 기준도 불분명해진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농업진흥기관과 현장이 애써 우리 품종을 육성하고, 농민들이 고품질 쌀 생산에 주력한대도 적정 볏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정책 없인 쌀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하기 어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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