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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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제목[농민신문][취재수첩] 농촌에 사는 게 죄는 아니다2025-12-17 09:48
작성자 Level 10
15면_이재효

최근 방문진료 취재차 경기 파주의 재택의료센터를 찾았다. 원장에게 우리나라 재택의료센터 현황에 대해 묻자, 전국의 센터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보여줬다. 충격적이었다. 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강원·충북·경북을 아우르는 지역이 텅 비어 있는 그야말로 ‘전멸’ 상태였다.

정부가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공백이 심각한 농촌에선 환자를 방문할 의료진이나 환자를 관리할 지방자치단체 인력이 부족해 혜택을 누리기 쉽지 않다. 실제로 서울·인천·대전·광주광역시 등 대도시는 방문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택의료센터 지정률이 올해 6월 기준 70∼100%에 달했지만, 강원·충북·전남·경북·경남 등 농촌 비중이 큰 지역은 10∼30% 수준이다.

이런 도농간의 격차를 다룬 기사를 쓸 때 종종 달리는 온라인 댓글이 있다. ‘농촌에 살지 않으면 된다’ ‘농촌에 지원되는 세금이 아깝다’는 것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도시화율이 90%를 넘는 현실에서 도시민이 농촌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농촌의 복지증진을 위해 사용되는 예산 등을 낭비로 규정하는 의견은 이해하기 어렵다. 평생을 농촌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그곳을 떠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발언은 농촌주민에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헌법 제34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며, 2항에서는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열악한 방문진료 현실 외에도 농촌주민은 도시민에 비해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복지를 위해 예산이 사용되는 것을 낭비라고 볼 순 없다. 또한 농촌과 도시의 삶의질 격차가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도시 과밀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

농협중앙회가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농심천심 운동’을 추진하고, 최근 대산농촌재단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기 위해 ‘대산농촌포럼’을 개최한 것도 도시민들이 농촌주민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추진됐을 것이다.

도시민과 농촌주민이 평등하게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지역맞춤형 복지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도시민도 농촌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농촌에 사는 게 죄는 아니다.

이재효 정경부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