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정부의 농축산물 개방 방침에 항의하고 있다. 이종수 기자“식량안보와 국민 건강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한·미 관세협상 농축산물 개방을 반대한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 카드를 들고 한·미 상호관세 협상에 나서겠다는 정부 방침을 접한 농민들은 40℃에 육박하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아스팔트 위에 섰다. 농민들은 농업계와 변변한 소통 한번 없이 또다시 농업계의 희생만 강요한 채 협상에 나서는 통상당국의 무력하고 일방적인 태도에 분노를 표출했다.
한·미 상호관세 협상 시한이 임박한 28일,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 등 주요 농민단체 소속 농민 1000여명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농업계 목소리에 귀를 닫고 ‘깜깜이’로 일관하는 정부 협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김향숙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한·미 통상협상의 주축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출국 전까지 농축산업계와 단 한번도 소통하지 않았다”고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줄곧 농축산업을 희생시켜 왔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지금껏 정부는 각종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축산물을 내주는 양보만 해왔다”며 “이름만 거창한 피해 보전대책은 한번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정부가 끝끝내 농업을 포기한다면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두번이고 세번이고 거리로 나설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같은날 다른 농민단체들도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조건으로 한 한·미 관세협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는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의길은 국회에서도 “한·미 관세협상 농축산물 개방을 반대한다”며 농성 돌입을 선언하고, 8월4일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농축산물 시장 개방 검토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부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 요구 철회 및 식량 주권 수호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미 통상협상에서 농업을 더는 협상의 제물로 삼지 말라”며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25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농축산업 피해 방지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