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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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어민신문][현장-경기도 가평군] 토사·폐잡석에 뒤덮인 포도밭···“복구 엄두도 안나 내년이 더 걱정”2025-07-24 15:53
작성자 Level 10

‘괴물 폭우’ 피해 확산 | 경기 가평

[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경기도 가평군 율길리 포도농가 송해동 씨가 산사태와 하천범람으로 초토화된 포도밭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율길리의 많은 농가들이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번 수해로 큰 고충을 겪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율길리 포도농가 송해동 씨가 산사태와 하천범람으로 초토화된 포도밭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율길리의 많은 농가들이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번 수해로 큰 고충을 겪고 있다. 

마을 10여 군데서 산사태 아찔
“전원주택 난립이 수해 키워”
축사 붕괴에 젖소 1/3 유실
재난지역 선포·대책 마련 호소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애지중지 키운 포도밭은 산사태로 쑥대밭이 돼 막막할 뿐입니다.”

경기북부 포도 주산지인 가평군 상면 율길리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송봉식(66) 씨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탄식했다. 지난 7월 21일 오전 8시께 찾은 가평군 상면 율길리 일원은 전날 새벽에 수마(水魔)가 휩쓸고 간 상처가 그대로였다. 

송 씨의 집은 인근 하천 둑이 붕괴되면서 들이닥친 거대한 물과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까지 덮쳐 위태로운 순간을 맞았다. 송씨는 부인과 간신히 몸은 피했지만 집 안팎의 살림살이와 각종 농자재 등은 고스란히 매몰·침수 피해를 입었다.

“평생 이런 물난리는 처음입니다. 5시간 동안 쉼 없이 쏟아지는 폭우에 하천 둑과 다리는 견디지 못해 붕괴돼 우리 집뿐 아니라 온 동네를 초토화시켰습니다.”
   
송 씨뿐 아니라 대부분 마을주민들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물난리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 지역은 19일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5시간 동안 197mm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마을 곳곳을 연결하는 하천 다리가 끊기고 제방도 붕괴되면서 범람한 하천물이 집과 농경지 등을 휩쓸었다. 

마을 곳곳에 뿌리째 뽑혀 어지럽게 놓여 있는 거대한 나무와 잡석·폐기물, 떠내려 와 길을 막고 있는 농산물 저온저장고 등이 당시 아찔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더욱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10여 군데서 우후죽순 산사태가 발생해 포도밭을 덮쳐 유실되거나 매몰되는 등의 피해를 입어 더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송봉식 씨의 포도밭은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폐잡석과 토사가 나무의 절반 가량을 매몰시켰고, 군데군데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제 파이프와 찢긴 비닐, 각종 폐자재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지만 손쓸 엄두를 못내고 있다.

송재운(67) 율길1리 이장은 “집 뒤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약 5000㎡의 포도밭이 토사와 폐잡석으로 뒤덮여 올 포도농사는 망쳤다”며 “사람 손으로는 복구는 엄두도 못내 내년 포도 농사가 더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송병구(67) 씨도 “집 인근 야산 자락의 전원주택 공사장에서 토사와 폐자갈 등이 포도밭을 휩쓸어 폐허가 됐다”며 “전원주택 난립이 결국 수해를 키웠다”고 비난했다.

산사태로 포도밭뿐 아니라 논과 밭 대부분은 자갈이 섞인 토사와 나무뿌리, 폐자재 등이 가득 메꿔져 있어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을 농가들은 걱정하고 있다.

하천 범람으로 포도밭 유실 피해를 입은 송해동(54) 한농연가평군연합회 사무국장은 “율길리는 200여 주민 가운데 60%가 포도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 폭우로 많은 농가가 수해를 입어 큰 고충을 겪고 있다”며 “피해 규모는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지만 아직 정확한 조사와 대책 마련도 없다. 가평군과 경기도,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피해 조사를 거쳐 재난지역을 선포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축산 피해도 심각했다. 조종면 항사리에서 젖소를 키우는 한상복(65) 씨는 인근 하천이 목장으로 범람해 축사가 일부 붕괴되고 토사와 물이 농장을 침수시켰다. 이로 인해 젖소 94두 가운데 31마리가 하천 등으로 유실되고 1마리는 폐사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남아 있는 소들도 분뇨와 진흙 등으로 뒤범벅된 축사 안에서 앉을 곳이 없어 불안한 채로 서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 씨는 “순식간에 불어난 하천물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다리마저 월류하면서 목장까지 덮쳐 손쓸 겨를도 없었다”며 “자식 같은 소를 잃고 남아있는 소들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억장이 무너진다”고 하소연했다.

가평=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