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국회 예산처 운용현황 점검 지난해 125개까지 늘렸지만 일부 에너지 관련 품목만 효과
품목 선정과정 투명성 부족 체계적 평가·검증 미흡도 문제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2022년부터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대폭 확대했지만, 농축수산물의 경우 실효성이 낮고 오히려 국내 농가의 소득 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6월 25일 발표한 ‘할당관세 운용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현행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운용의 효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부터 할당관세가 물가안정 대책의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됐다. 할당관세 적용 품목 수는 2020년 79개, 2021년 92개에서 2022년 119개, 2023년 117개, 2024년에는 125개로 증가했다. 특히 농산물 품목은 2020년 20개(전체의 25.3%)에서 2024년에는 72개(57.6%)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연중 수급 불안이나 가격 급등에 대응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긴급할당관세 품목 수는 2020년 2개, 2021년 10개에 불과했지만, 2022년 29개, 2023년 22개, 2024년에는 48개로 급증했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물가 안정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인 품목은 원유, LNG, 등 일부 에너지 관련 품목에 국한됐다고 지적했다. 당근, 닭고기, 설탕 등 일부 농축산물은 수입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고가격이나 물가지수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당근은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아 수입 가격보다 국내 공급 여건에 영향을 더 크게 받았으며, 할당관세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무엇보다 농가의 소득 감소라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존재한다고 예산정책처는 밝혔다.
또한 바나나·파인애플 등 수입과일의 경우, 수입가격이 1% 하락할 때 도매가격은 각각 0.78%, 1.12% 하락했지만, 소매가격은 0.25%, 0.32% 하락에 그쳐 유통 과정에서 가격 인하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할당관세 품목 선정 과정의 투명성 부족과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평가·검증이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법령상 할당관세 부과 시 세율 결정 사유와 수량 산출 근거 등을 10일 이상 공개해 의견을 수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가격 급등 등 긴급 상황에는 이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예산정책처는 “할당관세 제도 전반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사후 평가 및 정보 공개 등 환류 체계를 마련해 제도 운용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 안정 기여도 등 정량적 지표에 기반한 사후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평가 결과 원문과 물량산출·세율 산정 근거 등을 공개해 효과가 낮은 품목은 차년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