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특란 30개 소비자가 7980원
농가가 버는 돈은 고작 228원
사육면적 확대로 생산 줄면
상승폭 더 가팔라질 우려
한우도 경락가격 떨어지고
4년째 농가 적자 못 벗어나
사육마릿수 감소세 뚜렷
생산자단체 “지금 이대로면
더 큰 가격 상승국면 맞을 것”
전반적 생산·유통과정 조사
근본적 문제 해결 목소리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밥상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밀크플레이션’과 ‘에그플레이션’에 이어 이번에는 축산물을 모두 묶어 ‘미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자 축산 생산자단체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최종 소비단계까지 전반적인 축산물 생산·유통과정을 조사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매번 반복되는 가격 문제를 해소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고 나섰다.
주요 보도 내용은 계란 값에 이어 돼지고기와 한우고기 등 국내산 축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 소비자 물가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종별 생산자단체들은 통계청의 생산비 조사 자료와 정부연구기관의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농가 수취가격은 여전히 생산비에 못 미친다’는 입장이며, ‘지금대로 정책이 추진되면 더 높은 가격 상승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계란의 경우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고, 4년째 적자가 이어져 오면서 사육마릿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한우도 사육기간이 긴 특성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상당기간 가격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인데, 그 때도 ‘탓’만하고 있을 것이냐는 게 중론이다.
우선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연일 언론보도에 오르고 있는 계란가격. 산지와 소비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계란가격을 공개하고 있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특란 30개 기준 1월 산지가격은 4894원에서 5월 평균 5640원으로 746원 올랐고, 소비지가격은 6386원에서 7026원으로 640원 올랐다. 6월에도 소매가격 평균은 7026원이었는데, 이는 일반란(난각번호 3~4번) 가격을 조사한 것이다.
15일 한 대형마트 계란판매대에서 확인한 계란가격은 동물복지 유정란의 경우 특란 15개에 8450~9480원으로 30개로 단순 환산하면 1만6900원에서 1만8960원에, 난각번호 2번(평사)이 찍혀 있는 또 다른 상품은 30개에 1만198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날 주목된 것은 난각번호 4번(사육면적 0.05㎡)이 찍힌 일반란 제품. 전체 생산량의 80%가량이 이에 해당하고 대형유통업체 매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상품인데, 특란 30개에 7980원에 팔리고 있었다. 축평원이 제공하는 평균가격보다 높았다.
그럼 소비자가격이 오른 만큼 농가는 그에 비례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산란계협회 분석에 따르면 6월 초 산지에서 농민이 판매하는 특란 30개들이 1판 가격을 기준으로 농민이 계란을 생산해 벌어들이는 농가당 평균 수익률은 4% 가량으로, 30개들이 1판에 농가가 벌어들이는 금액은 고작 228원(1개당 7.6원)이다.
이 가격에 농가 손을 떠난 계란(일반란)이 소매에서 평균 7026원에 팔린다고 하면 이후 소비자에게 가는 단계까지 1386원의 유통비용과 마진이 붙는 셈이다. 가격이 오르기 전인 지난 1월 산지(4894원)·소비지(6386원)간 이 비용은 이보다 더 높은 1492원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보다 계란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인데, 이 같은 전망의 핵심에는 9월부터 입식되는 산란계의 마리당 사육면적을 0.05㎡에서 0.075㎡로 1.5배 늘리는 조치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4년 9월, ‘산란계 사육면적 개선 연착륙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제시한 ‘사육면적 개정에 따른 계란 수급 변동’에 따른 3가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육면적 확대 정책이 가장 원만히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사육규모가 14%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량이 그만큼 줄 것이라는 추정인 셈. 하지만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다른 축산물을 대체하면서 계란 소비량은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6월 축산관측에서 밝힌 1분기 가정 내 계란구매량은 오프라인을 통해 전년대비 2.2% 늘었고, 4월도 0.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계란가격 상승의 정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생산자단체인 대한산란계협회는 물론, 계란유통인들의 모임인 한국계란산업협회에서도 같은 우려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계란산업협회 관계자는 “계란 소비가 늘면서 공급량이 부족해진 것은 맞는 것 같다. 현장에서는 웃돈까지 얹어야 계란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유통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사육면적이 확대되면 계란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데,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보고 있다. 계란은 사실상 생필품이나 마찬가지인데 쌀이 조금이라도 부족해지면 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것처럼 계란도 마찬가지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상황은 한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대비 경락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싸다’는 언론보도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농가는 현재 경락가격으로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24년을 기준으로 통계청이 조사한 축산물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 한 마리를 출하할 때마다 한우농가는 161만4000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통계청은 한우 비육우 마리당 2022년 68만9000원·2023년 142만6000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올해도 현재 가격이 이어진다면 마리당 100만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올 1월과 6월 들어 경락된 한우 전체 평균경락가격을 비교하면 오히려 하락했다. 다만 경기부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2~3등급 한우경락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가격이 올랐다고 하면, 4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한우농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면서 “경락단계에서부터 최종 여러 부문의 소비단계에서 형성되는 소비자가격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를 해 실제 어디에서 이윤을 많이 남기고 있는지 조사라도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