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가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24일 내놓은 ‘2024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결과’를 보면 전반적인 농가 수지가 악화된 흐름이 확인된다. 농가소득은 겨우 5000만원선을 사수했지만, 농업소득이 크게 줄었고 경영비·가계지출은 동반 상승했다. 부채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농업소득 ‘확’ 줄고 농외·이전소득 ‘찔끔’ 오르고=지난해 농가소득은 전년(5082만8000원)보다 0.5% 준 5059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감소폭은 0%대로 크지 않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흐름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농업활동만으로 벌어들이는 농업소득은 전년보다 14.1% 쪼그라들며 957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948만5000원이었던 농업소득은 2023년 1114만3000원까지 회복하며 상승세를 타는 듯하다 지난해 900만원대로 고꾸라졌다. 2003년 이후 농업소득이 100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6번째다.
지난해 이전소득은 1824만원으로 1년 전(1718만8000원)보다 6.1% 올라 농가소득을 일부 지지했다. 공익직불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 보조금이 확대된 영향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공익직불금 지급액은 전년 대비 3.1%, 같은 기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농민수당은 2.5% 증가했다. 농가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기초연금 수급 인원이 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농외소득은 2014만7000원으로, 전년(1999만9000원)과 견줘 0.7% 오르면서 사상 첫 2000만원대에 진입했다. 겸업소득은 하락했지만 사업외소득이 늘었다. 농민 가운데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경기 침체로 이들 업종의 매출이 줄었고 국내 여행업계도 불황을 겪은 것이 겸업소득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외소득 상승은 명목임금 인상이 배경이다.
이같은 변화로 전체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의 비중은 18.9%에 그치며 20% 아래로 떨어졌다.
◆품목별 농가소득 온도 차 커=농가소득은 품목별로 차이를 보였다. 변동폭이 가장 큰 품목은 축산이다. 지난해 축산농가 소득은 5389만6000원으로, 1년 사이 19.9%(1341만8000원) 급감했다. 축산물 도매가격 하락과 한우 사육마릿수 감축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폭염·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가축 폐사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농식품부 농업경영정책과 관계자는 “일시적인 수급 상황에 따른 영향으로 장기적인 농가소득 증가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쌀값 하락 사태를 겪은 논벼농가의 수지도 나빠졌다. 이들 농가소득은 2023년 3796만7000원에서 2024년 3661만3000원으로 3.6% 내려갔다.
채소농가 소득은 2023년(4050만6000원)보다 6.4% 오른 4309만2000원을 기록했다. 영농형태별 농가 가운데 유일하게 소득이 늘었다. 배추·무 등 채소 가격이 높았던 것이 배경이다. 지난해 과수 가격도 높게 형성됐지만, 재배면적이 줄면서 과수농가 소득은 전년 대비 0.2% 하락한 5735만3000원에 그쳤다.
이러한 품목간 차이는 지역간 차이로도 이어졌다. 벼·축산 농가가 많은 전남·충남·충북의 평균 농가소득은 줄었고 채소·과수 주산지인 경남·제주는 증가했다.
◆경영비·부채 역대 최고…올해 1인 농가 포함 결과 공표=지난해 농업경영비는 2727만3000원으로 전년(2677만9000원)보다 1.8% 올라 사상 최고점을 달성했다. 사료비 등 재료비는 낮아졌지만, 노무비(241만3000원)가 1년 전(220만2000원) 대비 9.6% 뛰었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광열비도 2023년 195만2000원에서 2024년 205만5000원으로 5.3% 올랐다.
지난해말 기준 농가 평균부채는 4501만6000원으로 종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023년말(4158만1000원)과 비교해 8.3% 늘었다. 농업용, 가계용, 겸업·기타용 등 항목별로 모두 상승했다. 통계청 농어업동향과 관계자는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한 것이 반영됐다”고 분석하는 한편 “농지연금도 부채로 잡히는데, 지난해 농지연금 가입을 확대한 점도 부채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농가 평균자산은 6억1618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었다. 땅·건물 같은 고정자산은 0.5% 줄었고 현금 등 유동자산은 11.9% 늘었다. 농가 자산 중 고정자산과 유동자산 비중은 8대 2 수준이다.
한편 통계청은 올해부터 1인 이상 농가를 포함한 자료를 추가로 작성·발표했다. 2인 이상 2900가구, 1인 400가구 등 총 3300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했다. 조사 대상을 1인가구까지 넓히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4451만6000원, 부채는 3765만9000원이다. 1인 농가는 영농 경력이 짧고 자산이 적어 농업 투자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득과 부채가 모두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